1960년대 한국 사회는 교단 분열과 신학적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이러한 대립의 시대에 가정연합(당시 통일교)이 추진한 초교파운동은 종교 간 공존을 모색한 선구적 시도였다. 특히 1960년대 후반 서울 우이동 크리스천아카데미하우스 모임과 YMCA 시민논단은 신흥 종교와 기성 교계가 공개적으로 소통한 역사적 분수령이었다. 당시 부군인 고(故) 이재석 한국종교협의회 회장을 보필하며 현장을 지킨 강정원 한국종교여성협의회 초대 회장은 1955년 이화여대 퇴학 사건의 당사자이자 통일운동의 산증인이다. 아흔한 살의 나이에도 변함없는 신념을 간직한 그를 통해 당시 초교파운동이 한국 종교사에 던진 의미를 짚어본다.
- 1960년대 후반 초교파운동의 배경과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
“당시 이재석 회장은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지성이자 지도자였던 강원룡 목사를 만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강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의장이자 세계교회협의회(WCC) 위원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이 회장은 그와 소통하기 위해 강 목사가 비행기를 타면 옆자리를 수소문해 예약하고, 부산행 기차에서도 인접 좌석을 확보해 대화를 시도하는 등 정성을 다했다. 이는 신흥 종교에 대한 기성 교계의 두터운 편견을 ‘대화’라는 정공법으로 뚫어내려는 의지였다. 이러한 진심이 결국 아카데미하우스라는 공론의 장을 여는 마중물이 되었다.”
- 1968년 우이동 크리스천아카데미하우스 모임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통일교와 기독교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마주 앉은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김재준, 홍현설, 안병무, 유동식 교수 등 당대 최고의 신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독교 목사들이 직접 ‘원리강론’을 경청하고 질의응답을 나눴다. 특히 문선명 총재께서 사회와 교계 앞에 전격적으로 모습을 나타내어 인사하신 것은 당시 종교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 모임은 배척이 아닌 이해를 통해 편견의 벽을 허문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문 총재는 종교가 하나님의 뜻 안에서 협력해야 함을 역설하며 개신교 지도자들을 지극정성으로 예우했고, 이는 통일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이끌어냈다.”
- 초교파 현장에서 이재석 회장이 수행한 역할은 무엇이었나.
“이 회장은 대화를 실무적으로 이끈 핵심 동력이었다. 강원룡 목사를 설득해 교류의 토대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1970년대 YMCA 시민논단에도 대표로 나서 치열한 공개 토론을 벌였다. 특히 재림주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재림주라고 부른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아니라고 부정한다고 해서 아닌 것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잣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는 교리적 틀에 갇히지 않고 본질적인 가치를 지향했던 그의 유연한 신념을 보여준다.”
- 오늘날 사회적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당시의 운동은 어떤 교훈을 주는가.
“현재 인류는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 이러한 난제는 특정 국가나 종교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시민사회와 학계, 국제기구, 그리고 종교 공동체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종교나 진영이 서로를 배척의 대상이 아닌 평화의 동반자로 인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회 평화가 가능하다. 1960년대의 초교파운동은 종교가 어떻게 화합의 주체가 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지 보여준 선구적인 실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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