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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씻어도 안 지워져”…40대부터 피어오르는 ‘식은 종이 냄새’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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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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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 2024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19.4%…초고령사회 문턱
40세 기점 급증하는 지질 산화물 ‘2-노네날’, 일반 비누 세정만으론 제거 한계
온수 세탁·알칼리성 비누 등 실질적 해법 필수…세대 간 거리 좁히는 노년 에티켓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젊은이가 슬그머니 자리를 옮길 때, 김모(76) 씨는 자신의 소매 끝부터 살핀다. “내 몸에서 나는 세월의 냄새가 누군가에게는 불쾌함일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서글프다”는 그의 고백은 1000만명에 육박한 고령 인구가 마주한 공통된 비애다.

 

노화로 인한 체취 변화는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닌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
노화로 인한 체취 변화는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닌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

4일 서울 용산구 한 공원 인근에 사는 김 씨는 아침저녁으로 씻고 새 옷을 갈아입어도 지워지지 않는 체취 탓에 손주를 안아주는 일조차 망설여진다고 털어놨다. 누군가에게는 훈장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소중한 이들과의 거리를 벌리는 투명한 장벽이다.

 

위축된 노년의 삶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전체의 19.4%로 올라섰다.

 

국가데이터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중은 고령 가구의 37.8%에 달한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될수록 위생 관리는 소홀해지기 쉽고, 이는 다시 타인과의 만남을 꺼리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체취 고민 역시 개인사를 넘어 세대 간 단절을 부추기는 사회적 변수로 떠올랐음을 뜻한다.

 

노년의 자존감을 지키는 '3대 세정 포인트.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노년의 자존감을 지키는 '3대 세정 포인트.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40세 기점으로 피어오르는 ‘2-노네날’의 비밀

 

이 냄새의 원인은 결코 게으름이 아니다. 철저한 생화학적 노화의 결과물이다. 2001년 일본 시세이도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는 이 냄새의 주범으로 ‘2-노네날(2-nonenal)’을 지목한다.

 

피부 속 불포화지방산이 산화하며 생성되는 알데하이드 계열 부산물로, 40세 이상부터 체내 검출 농도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단순히 자주 씻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2-노네날은 물에 잘 녹지 않는 지질(기름) 성분이다. 일반적인 바디워시나 약산성 비누로는 모공 속에 끈적하게 들러붙은 산화물을 벗겨내기 어렵다. 씻고 나서 몇 시간만 지나도 다시 특유의 체취가 피어오르는 이유다.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연구에서도 냄새 자체보다 ‘노인의 냄새’라는 인식이 거부감을 더 키우는 경향이 관찰됐다. 실제 현장의 요양보호사들은 “단순 환기만으로는 벽지나 침구에 깊게 밴 냄새를 빼기 어렵다”며 물리적인 세정과 분해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밥상과 세탁기 온도부터 바꿔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당장 일상에서 이 냄새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냄새를 감추려 비싼 향수를 뿌리는 시도는 최악의 선택이다. 향수 입자가 2-노네날과 엉겨 붙어 오히려 불쾌한 냄새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질 산화물을 걷어내려면 피지 제거력이 강한 ‘알칼리성 비누’를 귀 뒤, 목덜미, 겨드랑이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세탁 습관의 재조정도 필수다. 찬물 세탁으로는 섬유에 엉겨 붙은 지질 찌꺼기를 녹이기 어렵다.

 

40~60℃ 사이의 온수로 세탁하고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를 한 스푼 곁들이면 세정력과 냄새 흡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깻잎, 시금치 등에 풍부한 비타민 C·E와 폴리페놀 성분은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지질 산화 부산물 생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개인 노력 넘어선 공적 배려, 소외의 극복

 

물론 노쇠한 몸으로 꼼꼼한 관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노년층도 적지 않다. 서울 성북구, 인천시 등 각 지자체는 취약계층 어르신을 위한 ‘찾아가는 공감 세탁’ 서비스를 운영하며 생활 위생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대형 이불 등을 직접 수거해 온수 세탁 후 배송하는 방식이다. 현장을 누비는 한 사회복지사는 “깨끗해진 옷을 돌려받은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은 ‘이제 사람이 반갑다’는 것”이라며, 체취 관리가 노년의 자존감 회복에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40세 이후 증가 경향을 보이는 ‘2-노네날’은 지질 성분과 결합하기 쉬워 세정과 생활 관리가 병행될 때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
40세 이후 증가 경향을 보이는 ‘2-노네날’은 지질 성분과 결합하기 쉬워 세정과 생활 관리가 병행될 때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게티이미지

결국 2-노네날은 씻어내야 할 오점이 아닌 보살피고 관리해야 할 삶의 궤적이다. 오늘 저녁 부모님 댁에 들러 말없이 창문을 열어 환기를 돕고, 세탁기의 온수 세탁 버튼을 대신 눌러주자.

 

낡은 옷장에 밴 세월의 흔적을 과학과 배려로 닦아내는 것. 현관문을 나설 때 마주한 부모님의 펴진 어깨와 주저 없이 손주를 꽉 안아주는 뭉클한 포옹의 순간이 바로 그 실천적 처방전의 결과일 것이다.

 

[체크리스트] ‘세대 연결’ 돕는 체취 관리 3계명

 

△세탁의 기술: ‘온수’와 ‘베이킹소다’

섬유 속 2-노네날은 찬물에 잘 녹지 않는다. 의류와 침구는 40~60℃ 온수로 세탁하고, 베이킹소다를 한 스푼 추가하면 세정력과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세정의 부위: ‘귀 뒤’와 ‘겨드랑이’

전신을 씻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지선이 밀집된 귀 뒤, 목덜미, 회음부, 겨드랑이를 알칼리성 비누로 집중 세정하는 것이 지질 산화물 제거에 효과적이다.

 

△밥상의 항산화: ‘햇볕’과 ‘채소’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야 냄새의 원인이 줄어든다. 비타민 C·E가 풍부한 녹황색 채소를 섭취하고, 매일 20분 이상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습관이 체내 대사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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