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사 측이 6.2% 임금인상과 자사주 지급 등 이례적 수준의 제안을 내놓았지만 성과급 상한 폐지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됐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4일 “전날 밤 11시55분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났다”며 “현 시간부로 공동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해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양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총 8차례의 본 교섭과 6일간의 집중교섭, 조정절차까지 거쳤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OPI(초과이익성과급) 기준 투명화와 상한 폐지 여부였다. 삼성전자와 계열사는 연간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투자금 등 자본 비용을 제외해 산출한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OPI를 지급한다. 노조는 OPI 산정 기준이 되는 EVA 측정 방식이 불투명하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또 OPI 상한선 때문에 회사 성과 대비 직원에게 돌아오는 보상이 적다며 상한선 폐지를 주장했다.
협상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노조의 성과급 투명화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OPI 재원을 EVA 20%와 영업이익 10%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OPI 상한선 폐지에는 고개를 저었다. 초과이익 달성이 어려운 대다수 사업부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신 기본 인상분 4.1%에 성과인상률 2.1%를 더한 총 6.2%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하고, 처우 개선안도 다수 제안했다. 전 직원에게 자사주 20주를 지급하고, 메모리 사업부를 대상으로 올해 DS부문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 시 OPI 100% 수준의 특별포상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주택대부 최대 5억 원 지원, 사내몰 100만 포인트 지급, 장기근속 휴가 확대 등이 망라된 대책을 내놨다.
사측 입장에선 파격적인 제안을 한 셈이지만 노조가 OPI 상한 폐지 요구를 굽히지 않으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5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조정중지 사유와 쟁의 찬반투표 계획을 공표할 예정이다. 재적 조합원 과반수 찬성과 전체 조합원 과반수 참여 요건이 충족되면 파업 등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현재 이란 사태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요동치는 가운데 이번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전쟁은 속도전”이라며 “노조가 연례적인 파업과 천문학적 손실을 언급하며 발목을 잡는다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이기적인 요구보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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