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계산, 배우자·자녀 픽업 등
의정보다 위원장 수발이 최우선
구의회 업무 카드 사용도 허다해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 불가피”
서울에서 8대까지 3선 구의원을 지낸 A씨는 지역·당협위원장과 구의원의 갑을관계에 대해 “(위원장이 오면) 가서 의전하는 게 기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의원은) 사실상 365일 상시 대기한다고 보면 된다”며 “현재 지방의원 후보 공천 제도 아래에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갑을관계는 그저 구의원 개인을 힘들게 하는 걸 떠나서 지방의정의 질까지 떨어뜨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씨는 “위원장이 의전이나 밥값 계산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하고 시·구의원이 알아서 챙기는 경우도 있다”며 “시·구의원은 공천을 받아야 하니깐 의전 등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주민 의견 받아서 의정에 반영하기보다는 위원장 수발드는 게 더 중요하다. 이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2일 8대와 현직인 9대 서울 지역 구의원 20명을 상대로 위원장의 ‘갑질’에 대해 물은 결과, 단순히 의전에만 머물지 않고 사실상 ‘머슴’에 가까운 행태에 대한 여러 증언이 나왔다. 8대 구의원을 지낸 B씨는 “위원장이 사무실을 내는데 그게 다 시의원 공천받은 사람들이 해준 거였다”며 “나한테는 변기를 좀 고쳐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다가 미운털이 박혔다”고 했다.
단순히 위원장만 챙겨야 하는 게 아니라 그 가족 ‘수발’을 드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증언도 있다.
8대 구의회에서 비례대표로 구의원을 지낸 C씨는 “위원장님 사모님 기사 노릇을 해준 적 있다. 원래 그렇게 한다”며 “이제 출장 가시면 공항까지 모셔다드리는 정도”라고 했다. 현역 초선 구의원인 D씨는 다른 지역구 사례라며 “구의원이 아예 전담해서 사모님을 수행하는 일도 있다”며 “국회의원의 자녀 공항 픽업을 나간 지방의원도 있는 걸로 안다”고도 했다.
최근 각종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무소속(전 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경우 배우자 이모씨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자금을 요구하거나 직접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3년 12월 김 의원 지역구인 동작구 구의원 2명이 작성한 탄원서에는 이씨가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카드까지 유용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일부 구의원은 사실상 구의회 업무추진비 카드를 위원장이 쓰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C씨는 “구의회 카드라는 게 구의회 의장,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의 전용 카드가 아니다”라며 “대부분 위원장님이 지역에서 쓰는 건 (카드를) 같이 쓴다”고 했다.
다만 전직 구의원인 E씨는 “구의회 업무추진비 카드를 쓰는 위원장은 수준이 가장 저질이라고 보면 된다”며 “그냥 (구의원들이) 현찰로 봉투에 담아서 행사가 있으면 갖다 내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결국 갑질은, ‘공천헌금’이 아니더라도 여러 명분을 들어 돈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8대까지 3선 구의원을 지낸 F씨는 “국회의원이 당 최고위원에 출마한다고 하면 선거운동 지원 명목으로 기본 5000만원씩 선거자금을 댄다”며 “그건 공식 후원금이 아니라, 다 각자 알아서 암암리에 건넨다. 총선 있을 때도 당연히 알아서 돈을 내는 분위기”라고 했다.
8대 구의원이었던 G씨는 “국회의원이 직접 말한 건 아닌데 측근이 와서 2년 동안 힘든 일 같이했는데 ‘선물’을 달라고 한 적 있다”며 “거절했고, 그 일로 미움을 샀다. ‘힘든 일을 같이했으면 지가 우릴 줘야지, 왜 우리가 주냐’고 따졌다”고 말했다.
G씨는 매우 특이한 사례다. 대개 지방의원이 위원장 머슴을 자처하고 필요하면 돈도 쓴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이게 모두 각 지역구 위원장이 양당 지방의원 후보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8대 구의원을 지낸 H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광역이나 기초나 지방의원 투표는 대개 당을 보고 투표한다. 그러니까 많은 곳에서 중앙당 공천장이 곧 ‘당선증’이 된다”며 “그러니까 지방의원들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 일하기보다 그냥 국회의원 머슴으로서 심부름도 하고 돈까지 주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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