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빅테크 AI투자 5600억 달러 전망
투자 과열에도 성능 향상 속도는 더뎌
“기업 95%는 적자 볼 것” 분석도 나와
‘닷컴버블’ 데자뷔… '시장 조정 가능성”
AI發 감원 바람… '소비자도 사라질 것”
“노동 보완형 기술 전환해야” 목소리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세상에 등장한 이후 거세게 불었던 인공지능(AI) 열풍은 지난해 역풍에 직면했다. AI 투자 열기가 너무 과도하다는 ‘거품론’이 제기된 탓으로 한때 몇 차례 관련 주가가 급락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한 해가 마무리될 때까지 시장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고, AI 시장은 여전히 뜨거움을 유지한 채 2026년을 맞이했다. 다만, 새해가 시작되고 두 달이 더 지났음에도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AI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주가는 여전히 높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과 엔비디아 등이 천문학적 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 누구도 거품은 없다고 단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계 봉착한 AI 기술 발전
AI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에 대한 설왕설래는 이어지고 있지만, 이 신기술이 인류의 삶을 크게 바꾸리라는 것만큼은 이미 전 세계인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진 흐름이다. 대중이 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AI 시스템은 기본적인 검색부터 생활서비스는 물론 기업 관리, 생산까지 대부분의 분야에 급속도로 접목되는 중이다. AI가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에 이어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체감을 통해 만들어진 기대감이 AI 기술에 대한 과도한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투자는 매년 급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가 이달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 주요 빅테크 8개사의 지난해 AI 관련 투자는 4270억달러(약 615조원)로 추정됐다. 2020년 1070억달러(약 154조원)에서 5년 만에 4배나 늘어난 수치다. RBC는 AI 투자가 더 가속화돼 올해 5620억달러(약 809조원), 2027년에는 6370억달러(약 9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새로운 시대의 핵심기술임이 확실해지면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며 투자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특성상 발전 속도에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문학적인 기술개발 투자 자금을 쏟아부어도 AI 모델의 성능향상이 2∼4%에 불과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른바 ‘AI 스케일링의 법칙’이 무너졌다. ‘AI 스케일링의 법칙’은 AI 모델의 크기, 학습 데이터양, 컴퓨팅 자원 등을 늘릴수록 AI 성능도 이에 비례해 지속적으로 향상된다는 법칙으로 빅테크들이 거대한 투자를 합리화하는 배경이 돼 왔다.
투입 대비 성과가 줄어드니 안정적 수익창출 구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JP모건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예상된 AI 투자가 연 10% 수익률을 내려면 연간 추가 매출 6500억달러(약 957조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구글 1년 전체 매출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대규모 자원투입을 하지 못한 나머지 대부분의 AI 기업들의 수익화는 더 요원하다. 지난 8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산하 연구조직 ‘난다(NANDA) 이니셔티브’는 AI에 투자한 기업 95%가 전혀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인터넷 시대의 기대감을 바탕으로 자산시장을 뜨겁게 달구다 2000년대 초 전 세계 경제의 충격으로 이어진 ‘닷컴버블’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여전히 살아 있다. 닷컴버블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됐다 극적인 붕괴를 경험했던 기업인 정보기술(IT) 장비 기업 시스코의 척 로빈스 회장은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AI 기술이 인터넷보다 더 큰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시장은 거품일 가능성이 크며, 일부 기업들은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기대에 금융시장은 폭발 직전
AI로 인한 기대감이 기업의 투자를 넘어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의 과도한 팽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우려를 더 키운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2023년 이후 3년간 나스닥100 지수가 13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약 70% 상승했다. 이는 역사에 기록된 대표적인 ‘거품 장세’의 뜨거움과 비교해봐도 뒤지지 않는다. 과거 거품 장세의 역사에서 입증됐듯 너무 비싼 주가로 인한 조정은 기술의 발전과 사회 안착 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나타날 수밖에 없기에 긴장감은 계속된다.
결국, AI 관련 주식시장은 작은 요인 하나만으로도 주가가 큰 폭으로 요동치는 ‘초민감 시장’이 됐다. 지난달 말 AI 기업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 서비스 공개 뒤 2월 내내 벌어진 미 증시의 모습은 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AI로 각종 업무를 대행하는 플랫폼인 클로드 코워크가 세상에 나오자 경쟁에서 밀릴 우려가 생긴 AI 경쟁사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대폭 하락한 것이다. 2월 주요 AI 기업들은 아마존(-14.2%), 알파벳(-9.5%), 메타(-9.5%) 등 상당수가 두 자릿수 내외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AI 시장의 대규모 변동을 야기할 수 있는 사건이 추가로 발생하고, 민감성이 극에 달한 시장이 요동치는 과정이 향후 몇 차례 더 반복되다 보면 결국 거품이 터질 여지도 상당하다.
이에 대해 국제투자기금(IMF)은 지난달 발간한 세계경제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의 성장세가 제한된 소수의 동력, 특히 미국 기술 부문과 이에 따른 주식시장 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AI가 생산성과 수익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시장 조정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자본주의 붕괴’ 불안감 속 방향전환 제언도
AI 거품론의 이면에는 또 다른 우려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AI 기술이 한계를 극복하고 더 발전한다 하더라도 사회가 이를 완전히 수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핵심은 AI의 노동 대체로 인해 AI로 생산한 기업의 제품을 사줄 소비자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는 이 모순에 대해 ‘닥터 둠’으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는 AI 혁명이 막대한 부의 증가와 소비자 물가의 급락을 가져올 것이지만 영구적인 기술적 실업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노동자의 소득이 없다면 기계가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누가 구매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미 AI로 인한 실업은 현실화되는 중이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미국 내 기업의 감원규모는 117만건으로 전년의 76만건보다 54%나 증가했다. 이 중 AI로 인한 해고가 5만4000여건에 달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보고서에서 “고용주의 41%가 AI로 인한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이라고 적시하는 등 이런 추세는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미국 구인구직기업 레주메나우가 1150명의 구인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해 지난달 12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AI가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도한 투자로 인해 경제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뿐 아니라 AI의 일상화가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비할 안전망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는 AI 활용의 방향성이 기존의 직업 대체에서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AI는 노동자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닌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일을 자동화해야 하지만, 동시에 배관공은 더 나은 배관공으로, 전기공은 더 나은 전기공으로, 교육자는 더 나은 교육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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