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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능성 뚫은 엘리엇 ISDS 승소…핵심은 '국민연금≠국가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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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법원 "엘리엇 손해 인과관계 다시 판단해야"…중재절차로 환송
정부의 국민연금 의사결정 개입 쟁점될듯…인정되면 배상책임 관측

영국 법원이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판정 취소 소송에서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은 '국민연금공단은 국가배상 책임의 행위 주체인 국가기관이 아니다'라는 우리 측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향후 재개될 중재판정에서 배상책임이 다시 인정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소송 승소'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 취소소송 승소' 브리핑을 하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엘리엇 사건 관련 ISDS와 중재판정 취소 소송의 핵심 쟁점은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ISDS를 제기하려면 투자자가 문제 삼는 정부의 행위가 중재판정부가 심사할 수 있는 '관할'이 있는 사건이어야 한다.

관할의 요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돼있는데, 그중 하나가 '문제 되는 행위가 국가기관에 의해 이뤄진 경우(정부에 의해 채택되거나 유지된 조치)'다.

엘리엇은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했는데도 주요 주주였던 정부 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이에 찬성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ISDS를 제기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는 소위 '국정농단' 사건을 배경으로 한 정부의 부당한 압력행사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약 1조원 이상의 주가 하락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2023년 6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이러한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약 1억782만달러(현재 환율로 약 1천55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국민연금공단을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간주하고, 공단 측의 의결권 행사를 '국가기관의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반면 취소소송을 진행한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 국민연금공단은 정부와 별개의 법인격을 보유한 점 ▲ 공적연금기금의 운용이 치안·국방 등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 점 ▲ 국민연금공단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따라서 국민연금공단은 국가기관임을 전제로 한 원 중재판정은 유효하지 않으며, 정부의 행위와 엘리엇의 손해 사이의 인과 관계만을 토대로 배상 책임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등 투자활동은 ISDS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가 확립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 대다수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며, 기금이 안전하게 운용될 수 있는 기틀도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영국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관련 국민연금공단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한국 정부의 행위가 엘리엇의 투자 및 손해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는 부분은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재판정이 재개되는 경우 쟁점은 한국 정부의 행위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표결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로 인해 발생한 엘리엇의 손해와는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재판정에서 엘리엇 측이 정부→국민연금공단→엘리엇으로 이어지는 영향력과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면,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이라는 전제 없이도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이 다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국내에서 열린 '국정농단' 재판에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확정받은 사실 등이 엘리엇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반대로 정부의 행위와 엘리엇 손해 사이의 영향력 및 인과관계가 모두 부정된다면, 정부의 배상 책임은 '0원'으로 귀결될 수 있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은 "중재판정은 취소됐지만, 아직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며 "다가오는 환송 절차에서도 사력을 다해 대한민국의 국익을 수호하고 국제적 위상을 드높여 가겠다"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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