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출 만기 연장 원칙적 차단
금융위 24일 대출 관행 개선 회의
예외적 허용·단계적 감축도 검토
가계부채 관리안 발표는 미룰 듯
서민 주거 불안 심화 우려 비판에
李 “매물 증가해 전·월세가 안정”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막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해당 지역에서 다주택자들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 규제를 받아 신규 대출이 불가능한데, 이를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때도 적용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 대출 연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규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4일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과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을 소집해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 개선을 위한 3차 회의를 개최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3일과 19일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지난 회의에선 금융권의 대출 취급 현황과 만기 구조 점검이 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다주택자 대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2주택 이상 개인 및 주택매매·임대 개인사업자 등 다주택자 관련 대출 현황을 업권별로 살피고 있다. 23일 현황 파악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3차 회의에서 다주택자 대출 총량 감축 방안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보유 다주택자를 우선 관리 대상으로 삼는 ‘핀셋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부동산 침체, 임대료 상승 등 시장 충격을 감안해서다. 당초 임대사업자들의 대출 만기 연장 시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을 재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왜 RTI 규제만 검토하느냐”고 지적하며 RTI 규제보다 강한 LTV 강화 방안이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 보유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 시 LTV 0% 규제를 적용해 대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다주택자들이 5대 은행에서 받은 주담대 잔액은 1월 말 기준 약 36조4686억원 수준이다. 2023년 1월 말(15조8565억원)에 비해 130%가량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전체 주담대 잔액이 513조원대에서 610조원대로 20%가량 늘어난 데 비해 증가 폭이 크다.
대출 연장 규제와 함께 세입자 안전장치 마련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야당 등 일각에선 다주택자 규제로 전·월세 매물이 줄어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전날 X에서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급만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드는데 전·월세 공급 축소만 부각하는 건 이상하다. 오히려 주택 매매시장에 매물이 증가함으로써 집값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전·월세가도 안정된다는 것이 훨씬 더 논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다주택 규제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비거주 다주택 매입의 경우 상승기의 수익은 사적으로 귀속되지만, 하락기의 손실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저하와 신용 위축을 통해 사회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며 “수익은 개인에게 남고 위험은 구조적으로 사회화되는 비대칭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만기 연장을 허용하거나, 단계적으로 대출을 감축하는 등 안전망 마련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제도 개선과 관련해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세입자 안전 대책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말 예정됐던 올해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 위험가중자산(RWA) 추가 상향 조정 등 강도 높은 방안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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