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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회복 불가능한 피해 초래” 경고…시험대 오른 한·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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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욱 기자 tae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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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한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도 우크라이나 지원 체계 참여 가능성에 대해 공개 경고를 내놓으면서 한·러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동맹 공조와 대러 관계 관리 사이에서 대응 수위를 고심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 내 탈북민 처리 기조 변화 조짐까지 감지되면서 양국 관계가 복합 변수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국이 나토의 ‘우크라이나 우선 지원 목록(PURL)’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한·러 관계에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PURL은 나토가 2025년 7월 신설한 우크라이나 지원 체계로,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물자를 우선순위별로 정리해 나토 회원국과 파트너국의 지원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현재 PURL에 참여하더라도 지원 범위를 비살상 장비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만남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조선중앙TV 캡쳐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만남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조선중앙TV 캡쳐

자하로바 대변인은 “그런 조치는 우크라이나군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려는 집단 서방의 노력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 나라(한국)의 공식 노선과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당국자들은 이를 반복적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대응 조치를 취할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으며, 여기에는 비대칭적 조치도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비대칭적 조치’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대북 협력 확대 가능성을 사실상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발언을 계기로 학술·문화 협력 등 물밑에서 유지돼 온 한·러 협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한국의 대러 전략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정부 내부에서는 서방과 보조를 맞춘 우크라이나 지원 공조와 한반도 정세 관리를 위한 한·러 관계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외교부가 어떤 수준의 메시지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이후 2019~2022년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러시아통’ 이석배 대사를 다시 주러대사로 임명하는 등 양국 관계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이 대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와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주러시아 공사를 역임했으며, 뛰어난 러시아어 구사 능력을 갖춘  대표적인 러시아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는 탈북민 처리 문제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등지에서 러시아 당국이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한 탈북민 보호 절차를 중단하고, 구속 후 북한으로 송환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까지 러시아는 중국에 비해 탈북민에 대해 UNHCR를 통한 보호·제3국 이동 절차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북·러 밀착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관행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한국의 PURL 참여 수준이 향후 한·러 관계뿐 아니라 북·러 협력, 탈북민 인도주의 문제 등 연쇄적 파장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참여 방식과 수위에 따라 한·러 관계가 현 수준을 유지할지, 혹은 냉각 국면에 진입할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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