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국적까지 바꿨다. 그러나 규정상의 이유로 그 꿈은 8년 만에 이뤄졌다. 서른을 넘겨 다시 섰지만, 이미 그의 기량은 전성기를 넘어 쇠퇴기에 접어들었나보다. 개인전 세 종목에서 단 하나도 준준결승도 넘어서지 못했다. 개인전을 마칠 때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남자계주 5000m 파이널B를 마치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8년 전 평창에서는 ‘임효준’이라는 이름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남자 1500m)과 동메달(남자 500m)를 따냈지만, ‘린샤오쥔’이라는 이름과 중국 오성홍기를 달고 8년 만에 복귀한 이번 밀라노에서는 무관에 그쳐야 했던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쇼트트랙 인생이 녹아든 인터뷰였다.
린샤오쥔은 지난 21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 파이널B에서 중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출전해 1위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태며 8년 만의 올림픽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과 쌍벽을 이뤄왔던 중국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8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 무대의 벽은 린샤오쥔에게 너무나 높았다. 500m, 1000m, 1500m 개인전 세 종목에서 준준결승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혼자 가다 넘어지기도 했고, 이렇다할 추월 시도도 보여주지 못하는 등 전성기 시절 세계선수권 우승, 올림픽 금메달 등 최고의 선수였던 린샤오쥔다운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남자계주를 마치고 린샤오쥔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무대가 평창 대회이후 8년 만에 출전한 두 번째 올림픽이었다”며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생애 첫 올림픽이었던 2018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떠올랐던 임효준은 2019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앞길이 창창했지만, 그해 6월 진천선수촌에서 일상 속의 장난이 비극이 됐다. 암벽 등반 기구에서 여자 선수들의 엉덩이를 주먹으로 때리던 황대헌의 장난에 이어 임효준이 황대헌의 바지를 내리는 장난을 쳤다. 당시만 해도 웃어넘겼지만, 황대헌이 성추행으로 임효준을 신고했고, 결국 선수 자격 1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2019∼2020시즌은 물론 2020∼2021시즌 대표 선발전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두 시즌을 허송세월을 보내게 되면서 선수생명 자체에 위기를 맞았다. 법정 다툼 속에 무죄를 받아냈지만 그 과정 사이에 임효준은 중국으로 귀화하며 ‘린샤오쥔’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귀화 자체를 선택한 건 린샤오쥔의 의지였지만, 그를 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몬 건 황대헌과 대한빙상경기연맹이었다.
중국 귀화는 2022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였지만, 올림픽 출전은 좌절됐다. 국적을 바꿀 경우 올림픽 출전을 위해선 이전 국적으로 마지막 국제대회 출전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2019년 3월 태극마크를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을 차지했던 린샤오쥔이었기에 중국 오성홍기를 달고 뛸 수 있는 건 2022년 3월부터였다. 2022 베이징 올림픽은 2022년 2월에 열렸다.
지난 8년을 돌아보던 린샤오쥔은 “너무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쇼트트랙이 제 인생의 전부였다”며 “그래서 그냥 귀 닫고 눈 감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최선을 다해 보자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지는 못했지만 저희 어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결과도 중요하지만 네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이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하신 말씀을 새기며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노 골드를 넘어 노 메달에 그친 것에 대해서도 린샤오쥔은 “제가 생각한 대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쇼트트랙은 종목 특성상 변수도 많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8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는 어땠을까. 린샤오쥔은 “한 번 치러봐서 그런지 다른 대회랑 똑같은 느낌이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과거 황대헌과 얽혔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서는 “그때는 어렸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면서 이제 스스로 단단해진 것 같다. 이미 지난 일이고, 그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가 지나간 만큼 다음 목표를 세우고 준비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향후 목표에 대해 “지금은 좀 힘들어서 당분간은 공부도 하면서 쉬고 싶다”라면서도 “좀 더 보완하고 관리도 잘하면 올림픽도 한 번 더 가능할 것 같다”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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