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조치를 무효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수입품을 대상으로 10% 새 관세를 부여하며 정면으로 맞선 가운데, 전 세계 각국은 대체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후속 조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보다 제한적인 관세 권한으로도 기존과 같은 즉각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외교·통상 정책의 관건으로 떠올랐다면서, 세계 각국의 동향을 전했다.
‘상호 관세’ 15% 부과에 직면했던 유럽연합(EU) 의원들은 오는 23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EU의회 무역위원회는 이어 24일 해당 협정 비준을 추진하기 위한 표결을 진행할 방침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1일 파리 농업박람회에서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고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며, 국제적 차원에서 긴장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안사(ANSA) 통신 인터뷰에서 “관세 철폐는 언제나 좋은 소식이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미국으로부터 10%의 최저 관세율을 적용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판결이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행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에 따라 철강·의약품·자동차에 대한 우대 관세를 유지해왔다. 런던 소재 전략자문사 플린트 글로벌의 무역 전문가 샘 로우는 “영국 정부로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자 가장 가능성 높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멕시코와 캐나다는 새 10% 관세율 적용에서 제외됐고, 백악관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운송되는 상당수 상품에 대해 기존 면제 조항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결의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기꺼이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경제부 장관이자 USMCA 협상 수석대표인 마르셀로 에브라르드는 “신중함”을 촉구하면서 멕시코의 대미 수출품 중 85% 이상은 무관세이며, 철강·알루미늄·자동차는 이번 판결과 무관한 다른 방식으로 관세가 부과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의 제랄두 아우키밍 부통령은 데이터센터, 전략 광물 등 비관세 의제를 포함해 미국과의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항상 대화와 협상을 옹호해왔으며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룰라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3월 미국 워싱턴에서 만날 예정이다.
춘절(설) 연휴 기간이었던 중국은 즉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법원 판결이 나온 당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위해 3월31일부터 4월2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체결된 무역 휴전 협정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번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즉각적 압박 수단을 동원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미 합의를 마무리한 국가들이 향후 몇 주 내 시행될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전략에 따라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추가 10% 관세율은 오는 24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미 연방대법원은 19일 6대 3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상호 관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IEEPA를 발동해 수십 개 교역국에 10%에서 50%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해왔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산 상품에 10%의 ‘국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1974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기준 관세로, 대통령에게 일방적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 기간을 150일로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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