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남자 후배 성추행 누명을 딛고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선 이해인(21·고려대)이 최종 8위에 올랐다. 선수 자격 정지 징계, 가처분 신청, 법원의 인용 등 우여곡절 속에 선수 공백기 속에 낸 성과기에 더욱 값진 결과다.
이해인은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4.15점, 예술점수(PCS) 66.34점, 총점 140.49점을 기록해 쇼트프로그램 점수 70.07점을 합한 최종 총점 210.56점으로 전체 8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톱10에 든 건 김연아(2010 밴쿠버 금메달, 2014 소치 은메달), 최다빈(2018 평창 7위), 유영(2022 베이징 5위), 김예림(2022 베이징 8위)에 이어 6번째다.
이해인은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 주자에 서 있던 유망주 출신이다. 만 13세이던 2018년 10월 한국 선수 역대 최연소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고 2019년엔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ISU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과 2022년 세계선수권에선 10위와 7위에 오르며 2년 연속 톱10을 찍는 등 세계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꿈의 무대인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출전권이 걸렸던 2021년 세계선수권에서 10위에 오르며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 쿼터를 2장으로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정작 국내 선발전에서 극심한 컨디션 난조로 올림픽 티켓을 아쉽게 놓쳤다.
자신이 늘려놓은 올림픽 쿼터를 잃어 크게 상심할 법 했지만, 이해인은 무너지지 않았다. 2023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김연아 이후 10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한국 여자 선수가 됐다. 그해 사대륙선수권대회 우승, 2024 세계선수권대회 6위 등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향한 꿈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해인에겐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2024년 5월 피겨 대표팀의 이탈리아 전지훈련 도중 선수단 숙소 내에서 음주와 미성년 남자 후배를 성추행했다는 이슈가 불거져 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됐고, 3년 자격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선수 생명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해인은 음주 사실은 인정했지만 성추행 혐의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미성년 후배인 남자 선수는 이해인과 연인관계였는데, 양가 부모의 반대가 워낙 심해 조사 과정에서 밝힐 수 없어 불거진 오해였다고 해명했다.
긴 논의 끝에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해인의 성추행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며 자격정지 처분 재심의를 기각했다. 그러자 이해인은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2024년 11월 법원이 가처분신청 인용했고, 지난해 5월 대한빙상경기연맹도 징계를 취소하면서 올림픽 출전의 길이 열렸다.
일련의 사건 속에 공백이 커졌으나 은반 위로 돌아온 이해인의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국가별 쿼터가 걸린 2025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위를 차지해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한국에 올림픽 티켓 2장을 안겼다. 지난달 열린 올림픽 국내 선발전에서는 허리 부상에 시달리던 김채연(경기도빙상경기연맹)을 제치고 극적인 역전극을 펼치며 전체 2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선 이해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은반 위에 풀어냈다. 지난 18일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 70.07점을 받아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사대륙선수권에서 받은 시즌 최고점(67.06점)보다 3.01점을 끌어올렸던 이해인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완벽한 연기를 펼쳐보이며 140.49점을 받아아 최종 총점 210.56점으로 전체 8위에 올랐다. 이날 프리에서 받은 140.49점 역시 시즌 베스트 성적이다. 가장 떨리는 무대인 올림픽에서 시즌 최고의 연기를 펼쳐보인 것이다.
2022 베이징 탈락 후 누구보다 기나긴 4년을 보낸 이해인은 프리 스케이팅을 마친 뒤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경기 후 공동 취재 구역에 선 이해인은 “쇼트 프로그램을 할 때보다 더 떨렸는데 차분하게 연기를 마쳐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프로그램을 펼칠 때만큼은 나만의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풀어갔고, 그 시간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노력했다”고 곱씹었다.
이날 이해인은 연기를 마친 뒤 만족한 듯 은반 위에 누워 활짝 웃었다. 그는 “(실수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어서 그랬던 것”이라며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면서 그런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고 했다.
이해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긴장과 부담감을 내려놓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밀라노에 입성한 뒤 취미인 그림 그리기와 일기 쓰기로 차분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오늘 마지막 훈련을 한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노을이 예뻤다”며 “그 노을을 바라보면서 글을 썼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 소개했다. 이어 “오늘 엄마가 경기를 보러오셨는데, 그동안 큰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 대회를 잘 마친 만큼 엄마랑 같이 젤라토를 먹으러 갈 것”이라고 했다.
이해인은 다시 달린다. 다음달 열릴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고 4년 뒤에 열리는 2030 알프스 동계 올림픽 출전을 위해 도전할 계획이다. 이해인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최근 훈련했던 트리플 악셀도 계속 시도하면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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