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형량 이게 최선인가…국가가 방임, 너무 무책임”
피해자에 1500만원 국가 배상 판결도…法 “불합리 수사”
귀가하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가 피해자를 보복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주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보복협박 등) 위반 및 모욕, 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모(30대)씨에게 지난 12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수감 중인 2023년 2월 동료 재소자이자 유튜버 A씨 등에게 피해자 김진주(필명)씨를 폭행하고 살해하겠다는 등 보복성 발언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또 수감 기간 통방(옆방 수감자와의 대화)을 통해 공연히 김씨를 모욕하는 발언을 했으며, 자신의 전 여자 친구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고 같은 방 수감자에게 접견 구매물을 반입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한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복 협박과 모욕 혐의와 관련해 A씨와 다른 수감자 증인들 역시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직접적인 경험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이들이 허위 진술을 할 만한 고의나 정황 역시 없고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도 없다”고 밝혔다.
또 “이씨는 피해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수감돼서도 반성하지 않고 추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도 매우 높다”며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재차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선고공판을 방청한 김씨는 “(형량이) 굉장히 작다”며 “한 사람의 피해가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지는 보복 범죄와 관련해 이게 최선인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수 피해를 막아야 하는 국가가 어떻게 보면 방임한 건데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씨가) 진짜 살이 엄청 쪘다”며 “저는 외상 후 스트레스와 불안 증세 등으로 살이 계속 빠지고 있는데 가해자는 정말 죄수복이 미어터질 정도로 굉장히 몸집이 커졌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가해자로부터 사과나 반성의 태도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도 했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씨 측은 김씨를 상대로 한 보복 협박 및 모욕 혐의를 부인하며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보복 의사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2023년 12월28일 검찰 기소 이후 2년여 만에 판결이 내려졌다. 그동안 이씨 측의 기일 변경 신청과 공판 불출석으로 재판 절차가 지연되며 장기화했다.
다음 날인 13일엔 김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건 수사 과정의 부실을 인정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일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손승우 판사는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김씨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지난 13일 판결했다.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었고, 이처럼 불합리한 수사로 인해 김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데 따른 위자료를 중심으로 국가 배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증거 확보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범인이 김씨에게 가한 성폭력 태양(양태·모습) 등이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며 “사건 당시 원고의 상태를 보면 성폭력 정황이 강하게 의심됨에도 원고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했을 것이 분명한 원고의 친언니 진술을 확보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짚었다.
이어 “원고의 반복적인 탄원으로 항소심에서 비로소 공소사실 범죄가 추가됐고, 불합리한 수사로 원고 성폭력 태양·경과가 정확히 규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원고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늦게나마 항소심에서 공소장이 변경된 점 등을 감안해 배상액을 1500만원만 인정했다. 김씨가 청구한 액수는 5000만원이다.
이 판결 직후 김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살아 있는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책임이 인정된 판례를 찾기 어려웠는데,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꼭 다른 피해자들이 살아있다는 이유로 위축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22일 오전 5시쯤 이씨가 부산진구 서면에서 일면식도 없던 김씨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뒤쫓아가 폭행한 사건이다. 당초 이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 청바지에서 이씨 DNA를 검출하는 등 추가 증거를 찾아내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이씨가 의식을 잃은 피해자 옷을 벗기고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인기척을 느끼고 도주해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이씨는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해당 판결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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