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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다 ‘바삭’ 소리, 입보다 카메라”…5000억 시장 뒤흔든 ‘젤리얼먹’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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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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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매대 앞 Z세대 “맛보다 얼렸을 때 부서지는 소리가 중요해”
국내 젤리 시장 5000억원대 진입…매출 절반 1020 지갑서 나온다
단순 간식 아닌 ‘숏폼 원료’…“공유 가능한 장면인가”가 구매 기준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편의점 간식 매대 앞. 교복 입은 학생 둘이 스마트폰을 들고 신중하게 젤리를 고르고 있다. 이들은 “이게 얼렸을 때 깨지는 소리가 제일 좋대”라며 즐거워했다. 주저 없이 바구니에 담긴 젤리의 최종 목적지는 입속이 아닌 냉동고, 숏폼 카메라 앞이다.

 

최근 Z세대 사이에서 ‘젤리얼먹’이 유행하며, 맛보다는 얼렸을 때의 식감과 소리가 제품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unsplash
최근 Z세대 사이에서 ‘젤리얼먹’이 유행하며, 맛보다는 얼렸을 때의 식감과 소리가 제품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unsplash

최근 번지고 있는 ‘젤리얼먹(젤리를 얼려 먹는 유행)’ 열풍은 단순한 먹거리 유행을 넘어, Z세대 특유의 콘텐츠 소비 방식을 뜻한다.

 

◆‘바삭’ 소리에 꽂히다…알고리즘 올라탄 놀이

 

방송통신위원회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10대의 유튜브 이용률은 이미 90%를 넘겼다.

 

20대 역시 숏폼 영상 소비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짧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한 이들에게 얼린 젤리가 부서질 때 나는 경쾌한 소리와 화려한 색감은 최적의 콘텐츠 소재로 작용한다.

 

구글 트렌드 기준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키워드는 2019년 이후 탄탄한 관심도를 유지하고 있다.

 

바삭하게 깨지는 소리를 극대화한 영상은 이 같은 알고리즘 환경과 정확히 맞물려 폭발력을 낸다. 이들은 젤리라는 간식이 아닌 ‘소리’와 ‘시각적 자극’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맛보다는 '바삭' 소리: 젤리얼먹의 경제학.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맛보다는 '바삭' 소리: 젤리얼먹의 경제학.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5000억원 시장 판도 뒤집은 ‘보여주기’

 

시장 흐름은 현장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다. 한 편의점 점주는 “요즘 학생들은 ‘무슨 맛인지’보다 ‘얼렸을 때 소리가 어떤지’를 먼저 묻는다”며 “MZ세대 간식 매출의 절반 안팎이 젤리류에서 나올 정도”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젤리·구미 시장 규모(2023년 기준)는 약 5000억원대로 연평균 5~7%씩 덩치를 키우고 있다. 단순히 입이 심심하거나 맛있어서 지갑을 여는 게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Z세대의 70% 이상이 제품 선택 시 ‘재미와 경험’을 중요 기준으로 꼽았다. 남들과 공유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지가 최종 구매를 좌우한다는 것을 뜻한다.

 

Z세대 10명 중 7명은 ‘재미와 경험’을 위해 소비한다. 이들에게 젤리는 먹거리인 동시에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원료다. unsplash
Z세대 10명 중 7명은 ‘재미와 경험’을 위해 소비한다. 이들에게 젤리는 먹거리인 동시에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원료다. unsplash

비용과 참여 장벽은 한없이 낮으면서도 콘텐츠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젤리얼먹’이 폭발한 근본적인 이유다.

 

냉동고 속 몇 시간의 기다림은 숏폼 영상 몇 초로 압축되고, 그 몇 초는 다시 수백만 조회수로 증폭된다. 결국 이 열풍은 산업계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의 브랜드는 지금 소비자가 당장 찍어 올리고 싶은 ‘장면’을 팔고 있는가. 유행을 움직이는 진짜 동력은 혀끝의 단맛이 아닌 카메라 앞의 ‘공유 가능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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