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고 싶어 몸부림쳐본 사람이라면 안다. 분명 배는 부른데 입은 무언가를 갈구하고, 뇌는 끊임없이 ‘더 먹으라’고 명령하는 그 고통스러운 굴레를 말이다. 영국 맨체스터에 사는 22세 여성 홀리 배런에게 음식은 즐거움이 아닌 저주였다.
20세라는 어린 나이에 제2형 당뇨병과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이라는 가혹한 성적표를 받아 든 그녀는 1년 사이 체중이 50kg 가까이 불어났다. 인생 최대 몸무게 137kg. 어떤 다이어트도 통하지 않았고, 처방받은 약은 12시간 연속 구토라는 부작용만 남겼다. 절망의 끝에서 그녀가 잡은 마지막 동아줄은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였다. 그리고 6개월 뒤, 그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배런의 극적인 감량 뒤에는 단순한 의지력 이상의 ‘과학’이 있었다. 검사 결과 그녀의 뇌는 위장에서 보내는 포만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먹어도 배부름을 느끼지 못하니 과식과 구토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6월,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마운자로 2.5mg 투여를 시작하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가 부르다’는 감각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마운자로는 인슐린 분비를 돕는 GIP 수용체와 식욕을 억제하는 GLP-1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한다. 뇌에 “이제 그만 먹어도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냄으로써 식탐의 사슬을 끊어낸 셈이다.
단순히 주사만 맞았다고 해서 6개월 만에 몸무게의 절반 가까이를 덜어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배런은 주사가 열어준 ‘식욕 조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같은 음식을 먹는 혹독한 식단 관리를 병행했다.
주 메뉴는 닭고기 샐러드와 고단백 간식이었다. 탄수화물과 당분 섭취량을 1g 단위로 기록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갔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은 마운자로 투약 시 발생할 수 있는 근육량 감소를 막아줬고, 소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극대화했다. 주사가 식욕이라는 파도를 잠재웠다면, 고단백 식단은 감량이라는 배를 전진시킨 동력이 됐다.
현재 배런의 몸무게는 약 73.5kg이다. 과거 2~3XL의 거대한 옷을 입어야 했던 그녀는 이제 13세 아동용 사이즈 바지를 입는다. 그녀는 “비만 치료제를 통해 처음으로 배부름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지난 6개월의 소회를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적의 주사’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마운자로와 같은 GLP-1 계열 치료제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위장관 부작용이 흔하며, 드물게 담석증이나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갑상선 수질암 가족력이 있다면 투여 자체가 금지된다.
배런의 사례는 비만 치료제가 단순한 ‘살 빼는 약’을 넘어, 대사 질환으로 무너진 신체 시스템을 복구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영양 균형이 깨진 극단적인 식단은 피로감이나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 아래 정교한 관리가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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