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인 9만8000명 수혜…깎였던 연금 496억원 규모가 수급자 지갑으로 ‘U턴’
경제활동 37% 시대의 대변혁…기초연금 부부 감액도 단계적 완화 ‘청신호’ 켜졌다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건물 경비원 김모(64) 씨는 지난달 월급명세서와 연금 입금 내역을 번갈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서 온갖 고생하며 밤새워 일해 월 350만원을 벌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이 매달 2만500원씩 깎여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 년이면 24만6000원. 누군가에겐 하룻밤 술값일지 모르나, 월 60만원 남짓한 연금으로 노후를 버티는 그에겐 공과금 몇 달 치를 낼 수 있는 피 같은 돈이었다.
“나랏돈 아껴보겠다고 노인네들 일하는 의욕을 꺾는 게 맞습니까?”라며 고성을 지르던 김 씨의 분통, 어쩌면 당연한 외침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할수록 연금이 깎이는 이 모순된 제도가 드디어 다음달, 3월 지급분부터 대전환을 맞이한다.
◆200만원 초과 전까지는 ‘단 1원’도 안 깎인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일정 소득 이상 벌면 연금이 깎이던 구조를 손질해 감액 폭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동안은 수급자가 번 근로·사업소득이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을 넘기면 구간별로 칼같이 연금을 깎았다. 2026년 기준 A값은 319만원이다. 예전 같으면 이 금액에서 1만원만 더 벌어도 연금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편안은 100만원 미만(1구간)과 100만~200만원 미만(2구간) 감액 구간을 아예 폐지했다. 즉, 2026년 기준으로 월 소득이 519만원(A값 319만원+200만원) 미만이라면 연금을 100% 다 받을 수 있다.
김 씨처럼 ‘A값+40만원’ 정도를 벌던 이들은 앞으로 감액 걱정 없이 일터로 나갈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미 1, 2월 소득 때문에 깎였던 금액도 정산을 거쳐 4월 중 통장으로 환급된다.
◆620만 수급자 시대…“일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이번 개편은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는 냉정한 현실을 반영한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은 2014년 약 30% 수준에서 최근 37% 안팎까지 상승했다. 정년을 넘긴 뒤에도 생활비와 의료비 부담, 부족한 연금 소득을 메우기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고령층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현재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약 620만명. 이 중 ‘일한다는 죄’로 연금이 깎이던 사람은 9만8000명에 달했다.
이번 조치로 이들 중 약 65%가 감액의 굴레에서 벗어나 전액 수령자로 전환된다. 496억원 규모의 돈이 국고가 아닌 노인들의 지갑으로 다시 흐르게 된다.
공단 관계자는 “초고령사회에서 일하는 수급자가 늘어나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장려해야 할 일”이라며 “근로 의욕을 꺾는 독소 조항을 제거해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초연금 부부 감액도 수술대…“노동의 가치 되살린다”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이 62만원 수준인 현실에서 수만원의 감액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특히 이 감액은 건강보험료나 기초연금 수급 자격에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쳤기에 현장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었다.
정부는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제도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부부가 함께 수급할 경우 각각 20%를 감액하지만, 이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정책 과제로 거론된다.
결국 이번 정책의 본질은 노후와 노동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긴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노년은 더 이상 ‘연금 도둑’이 아닌 ‘사회의 동력’임을 의미한다.
“일하면 손해”라는 꼬리표가 떼어지면서, 이제 김 씨와 같은 수많은 이들이 당당하게 땀 흘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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