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 5년새 70%대 폭등에 사료비·전기료까지 ‘삼중 압박’…소상공인 경영난
오징어·고등어 이어 광어까지 ‘금값’…기후위기, 밥상 물가 흔드는 생존 문제로
퇴근길 소주 한 잔에 광어회 한 접시. 참 부담 없는 ‘서민의 위로’였다. 그런데 요즘 횟집 메뉴판을 보면 선뜻 주문하기가 망설여진다. “광어가 왜 이렇게 비싸졌어?”라는 질문,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단순히 물가 탓이 아니다. 바닷속 사정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그 광어가 지금 뜨거운 바다에서 생사를 오가고 있다. 식탁 위 가격표 뒤에 숨겨진, 끓어오르는 바다의 르포를 전한다.
◆‘25도’를 넘으면 광어는 숨을 헐떡인다
광어가 가장 좋아하는 수온은 20~23도다.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는 ‘임계점’은 25도 안팎이다. 여기서 더 올라 30도에 근접하면 광어는 견디지 못하고 폐사한다. 사람은 에어컨이라도 켤 수 있지만, 가두리에 갇힌 물고기에게 피할 곳은 없다. 문제는 이 ‘죽음의 온도’가 더 이상 뉴스 속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14일 국립수산과학원 장기 관측 자료에 따르면 1968년 이후 최근 50여년간 한반도 연근해 표층수온은 평균 1.3도 안팎 상승했다.
수치로 보면 작아 보이지만, 생태계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변화다. 특히 국내 광어 양식의 메카인 제주와 남해 해역은 전국 평균보다 상승 폭이 훨씬 가파르다.
◆2600만마리의 죽음, 그 후폭풍
이 변화는 양식 현장을 초토화했다. 해수를 끌어다 쓰는 양식장 구조상, 바다가 뜨거워지면 수조는 곧바로 찜통이 된다.
2024년 기록적인 고수온으로 제주지역 양식장에서는 무려 2600만마리가 넘는 광어가 폐사하며 역대 최악의 피해를 냈다. 당시 폐사량은 평년의 수십 배에 달했고, 양식 기반 자체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양식 어민들은 “키우던 자식 같은 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 피눈물이 났다”고 입을 모았다. 공급이 끊기니 가격은 춤을 췄다. 2600만마리의 빈자리가 가격표를 갈아치우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메뉴판 숫자가 바뀐 ‘진짜 이유’
가격표를 뜯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집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광어 평균 도매가는 30% 이상 올랐다.
2019년(1만1025원)과 비교하면 최근 평균 도매가는 1만9000원 안팎으로, 5년 새 70% 가까이 상승했다.
여기에 ‘운영비 폭탄’까지 터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사료값과 양식장 운영에 필수적인 전기료 등 제반 비용이 20% 이상 뛰었다.
단순히 “여름이 더워서”라고 치부하기엔 구조적인 압박이 너무 거세다. 도매가 상승에 유통 마진, 인건비,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횟집 가격은 훨씬 가파르게 올랐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최근 4~5년간 수산물 소비자물가는 2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동네 횟집 사장님이 “가격을 올리고 싶어서 올리는 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라지는 건 광어뿐만이 아니다
더 무서운 건 이것이 광어만의 비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해양수산부 어업생산 통계를 보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0년 전보다 20% 안팎 줄었다.
‘국민 생선’ 오징어는 한때 연 20만톤을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3~5만톤 수준으로 급감했다. 고등어 역시 잡히는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 바다는 여전히 넓고 푸르지만, 그 속은 텅 비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반도 주변 해역 수온이 평년 대비 2~4도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어종의 서식지가 북상하고 치어 밀도가 급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후변화는 이제 먼 북극곰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저녁 우리가 지불해야 할 밥값, 즉 ‘생존의 비용’이 되었다. 뜨거워진 바다가 보내는 청구서는 이미 우리 식탁 위에 도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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