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행위 만류 않고 진실 은폐”
위증도 유죄… 직권남용 무죄
실제 이행 안된 부분 등 고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단전·단수 조치 문건’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 전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문건을 건네받아 소방청에 이를 지시해 내란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만류하지 않고 위증으로 진실을 은폐했다고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는 12일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위증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피고인은 윤석열로부터 주요기관 봉쇄 계획 및 단전·단수 조치 지시 문건을 교부받아 그 이행의 지시를 받고 허석곤(전 소방청장)에게 특정 언론사 단전, 단수 협조 지시를 함으로써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 집단의 내란행위에 있어 중요한 임무에 종사하였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의 진술, 대통령실 CCTV 영상을 종합하면 국회 등 주요기관 봉쇄 및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문건은 존재했고, 계엄 당일인 2024년 12월3일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문건을 전달받아 허 전 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한 게 맞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문건은 윤석열, 김용현 등 내란 집단의 내란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해당한다”며 “비상계엄의 선포 및 이에 따른 구체적 폭동행위의 전개 과정을 종합해 볼 때 실제 내란행위 과정에서도 위 문건에 기재된 내용이 상당수 이행됐거나 적어도 실행 착수에 이어졌으므로 위 문건은 존재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대통령실 접견실 원탁 위에 놓인 문건을 얼핏 보았을 뿐, 상의 안쪽 안주머니에 있는 문건은 단전·단수 조치 문건이 아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스스로도 한덕수와 11분간 주고받고 손으로 짚어가며 대화를 나눈 문건이 무엇인지 특정조차 하지 못하고 인터뷰 자료, 일정표 등일 것이란 가능성만 제기하고 있을 뿐”이라며 “피고인의 주장은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이 윤석열, 김용현 등의 내란행위를 적극적으로 만류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고, 오히려 이후 내란행위의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위증까지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했다.
앞서 내란 특검은 이 전 장관과 한 전 총리에 대해 같은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한 전 총리는 구형량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반면, 이 전 장관은 구형량의 절반가량인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한 전 총리는 ‘국정 2인자’로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저지할 의무가 국무위원들 가운데 가장 컸다는 점 등을 감안해 재판부가 형을 가중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 전 장관 사건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 조치 지시를 전달한 뒤 실행을 적극적으로 지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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