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14일, 거리마다 초콜릿 상자가 쌓이고 연인들의 활기가 넘쳐나던 풍경이 변하고 있다. 과거 밸런타인 데이가 ‘연인 간의 필수 관문’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최근 미혼 남녀들 사이에서는 기념일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14일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PMI)에 따르면 전국 만 20~49세 미혼 남녀 1000명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25.2%가 발렌타인 데이를 “상업적인 기념일”로 인식하고 있었다. “무의미한 날”이라는 응답도 24.3%로, 조사 대상의 절반 가까이가 이 날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은 4명 중 1명(25.6%)이 “무의미하다”고 답해 여성보다 회의적인 시각이 높았다.
◆ ‘초콜릿’은 기본, 이제는 ‘경험’과 ‘가전’으로 옮겨간 지갑
기념일에 대한 인식은 건조해졌지만, 실제 소비 행동은 다변화되고 있다. 여전히 초콜릿 등 식품류(63.5%)가 1위지만, 패션·뷰티(24.5%)나 공연·여행 같은 ‘경험형 선물’(16.2%), 스마트 워치 등 ‘IT 가전’(14.0%)을 고려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단순한 선물 교환을 넘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거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자기 보상의 날(12.2%)”로 활용하는 흐름이다. 이에 맞춰 유통업계도 변화하고 있다. 편의점은 캐릭터 굿즈로 ‘소장 가치’를 높이고, 뷰티 업계는 설 명절 대목과 맞물려 실속 있는 기획 세트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공략 중이다.
◆ ‘명절 음식’도 효율이 우선… 깊어지는 세대 간 온도 차
변화된 가치관은 명절 풍경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성’보다는 ‘효율’과 ‘간소화’를 중시하는 흐름이 대세다. 조사 결과, 명절 음식을 직접 조리한다는 응답은 34.1%에 그쳤다. 나머지는 일부 구매(33.7%), 조리 안 함(21.8%), 밀키트 활용(4.3%) 순이었다.
세대별 격차는 여전히 컸다. 20대와 30대는 직접 조리하는 비중이 20% 초반대에 머문 반면, 50대(41.5%)와 60대(50.5%)는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손수 음식을 만든다고 답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명절 노동’ 대신 간편식과 외식을 선택하는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 내 연애는 쉬어도 “남의 연애”는 본다… 10명 중 6명 시청
현실의 연애에는 냉소적일지라도 미디어 속 연애 콘텐츠에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미혼 남녀 10명 중 6명은 최근 1년 내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한 경험이 있었다. 주요 시청 프로그램으로는 ‘나는 SOLO’(31.1%), ‘환승연애’(23.6%), ‘솔로지옥’(21.0%) 등이 꼽혔다.
시청 이유로는 “연애 감정 대리 만족(51.3%)”이 가장 높았다. 직접 연애에 따르는 비용과 감정 소모는 피하면서도 ‘설레는 감정’만은 향유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아울러 “다양한 인간 심리 분석의 재미(41.7%)”를 꼽은 응답도 많아, 연애 프로그램을 일종의 ‘사회적 트렌드’ 파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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