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 주행·연산문제 과제 추가
“평생을 운전했는데 낙제점” 당혹
돌발 상황 반응속도 등 중점 평가
3월 전국 19곳 확대 시범 운영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강서운전면허시험장을 찾은 김경수(80)씨는 “분명 만점이 나올 것”이라며 자신 있게 운전면허 시험용 차량에 탔다. 김씨는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받아야 하는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대상자로, 운전능력진단을 받으러 왔다. 7분27초 동안 김씨가 운전하는 모습은 기능시험장 안 본부로 실시간 송출됐다. 공단 직원들은 “운전자의 전방 주시, 차로 이탈 여부 등을 기계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점수를 매긴다”고 설명했다. 진단에서 ‘49점(미흡)’을 받은 김씨는 노란색 현대 엑센트 차량에서 내리며 “매일 아무 문제 없이 운전하는데 낙제점”이라며 “실제 도로 환경과 다르고 내 차가 아니라서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이날부터 운전능력진단을 시작했다.
다음달부터 가상현실(VR) 활용 운전능력진단을 전국 19곳 운전면허시험장으로 확대해 1년 동안 시범 운영한다. 이 기간에 진단 결과가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경찰은 시범 운영을 통해 운전능력 평가지표를 개선하고 향후 고위험 운전자 적성검사와 조건부 운전면허 부여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진단은 노인 운전자 7명(실차 4명·VR 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실차 진단은 곡선 주행·연산 문제 등 8개 과제로 구성됐다. 중앙선 침범 여부나 신호·돌발 상황 반응 속도, 인지 능력 평가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VR 진단은 다양한 환경을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는 1곳밖에 없는 실차 진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에서 장을 보거나 낚시하러 갈 때마다 운전한다는 김영환(83)씨도 ‘58점(미흡)’을 받았다. 그는 “평가 환경이 도로 운전과 다른데 이를 기준으로 면허를 빼앗으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 교육보다는 새로 시작한 운전능력진단이 유익하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3년에 한 번 면허 갱신 때 의무 교육을 들었다. 자료를 틀고 의자에 앉아 졸기만 했다”며 “실제 운전을 해보니 시험 볼 때 생각도 나고 경각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내에서는 VR 진단이 진행됐다.
VR 진단은 보행자가 튀어나오거나, 도로 위 공사 현장이 있는 경우 등 18개 각본으로 구성됐다.
VR 안경을 쓰고 모형 차량에 앉은 배경옥(80)씨는 모니터 속 도심을 달렸다. 30대 때부터 운전했다는 배씨였지만 기어를 주행 모드에 놓는 것부터 헤맸다. 좌회전하려다 방향 조절에 실패해 경로를 이탈했다. 배씨는 “실제 차하고 달라 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겠고 안경을 쓰니 앞이 잘 안 보인다”고 했다. 운전 경력 7년차인 기자가 체험했을 때도 차체의 움직임과 화면이 따로 노는 듯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가속 페달을 밟는 느낌이 실제와 달라 3분여 동안 제한 속도 위반을 5번이나 했다.
운전능력 진단은 고령화에 따라 도입됐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증가하는데도 운전능력을 평가할 제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매년 3만건 넘게 발생했다. 사망·부상자 역시 2020년 720명·4만4269명에서 2024년 761명·5만9776명으로 각각 약 5.7%·35.0% 늘었다.
김동주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 운전면허계장은 “현재 면허 갱신 결격 여부 판단에는 의사의 소견서만 영향을 미친다”며 “의학 기준이 아닌 객관적 운전능력 평가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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