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고의 살해 단정 어려워”
차량을 몰고 저수지로 추락해 함께 탄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하다 숨진 무기수가 사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성흠 지원장)는 11일 살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던 고(故) 장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장씨는 2003년 7월9일 오후 8시39분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화물차를 몰다 당시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고의 추락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당시 45세)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초기 수사 경찰은 보험 가입 내역 등을 근거로 계획 범행 가능성을 의심했으나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다수의 보험 계약과 경제적 사정을 근거로 보험금을 노린 고의 사고라고 판단해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장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졸음운전에 따른 단순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1·2심과 2005년 대법원은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날 재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저수지에서 인양한 차량에 대한 압수는 영장 없이 이뤄졌고, 영장주의의 예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른 감정 결과 역시 위법 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졸음운전 가능성을 배제하고 피고인이 고의로 아내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교차로에서 운전대를 왼쪽으로 조향하지 않고 직진해도 저수지 추락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순간적 무의식·반무의식 상태에서도 차량이 일부 조향될 수 있으며, 졸음운전으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보험 가입 사실과 경제적 곤궁이 범행 동기로 의심될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고의 사고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장씨는 형 확정 후 복역 중이던 2009년과 2010년, 2013년 세 차례 재심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후 한 현직 경찰관이 사건을 재검토한 뒤 수사 과정의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토대로 2021년 네 번째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22년 9월 수사 위법성을 인정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가 이어졌으나, 2024년 1월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재심이 확정됐다. 그러나 장씨는 첫 재심 공판을 보름여 앞둔 2024년 4월 백혈병 항암 치료 중 숨졌다. 사망 당일은 형 집행정지 상태였다.
이번 판결은 확정판결 이후에도 위법 수집 증거와 간접 증거만으로는 살인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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