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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진 소매 끝에 나눔이 깃들다…29년 전통 ‘교복나눔장터’의 온기를 느끼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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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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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원미구청에서 ‘교복 나눔장터’ 운영
부천YMCA 녹색가게가 운영…장학금 창출

“직접 교복을 찾는 건가요?”

 

10일 오후 3시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청 1층에 마련된 ‘교복 물려 입기 나눔장터’에 관내 학교의 교복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김동환 기자
10일 오후 3시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청 1층에 마련된 ‘교복 물려 입기 나눔장터’에 관내 학교의 교복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김동환 기자

 

10일 오후 3시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청 1층에 마련된 ‘교복 물려 입기 나눔장터’를 찾은 한 학부모가 봉사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관내 60개 중·고등학교의 교복과 생활복, 체육복이 빼곡히 들어찬 이곳에서 학부모는 옷걸이를 하나하나 넘기며 꼼꼼히 상태를 살폈다. 아쉽게도 자녀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지 못한 그는 못내 아쉬운 듯 발길을 돌렸다.

 

부천YMCA 녹색가게가 운영하는 이 나눔장터는 1998년 문을 열어 올해로 29년째를 맞이했다. 교복 구매비 부담을 줄이고 청소년들에게 자원순환의 가치를 일깨워주기 위해 시작된 이곳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위탁 판매 물량을 접수한 뒤, 11일까지 집중 판매 기간을 운영 중이다.

 

가격도 파격적이다. 동복자켓은 1만원, 바지·치마·가디건·조끼·셔츠·생활복은 각 5000원 그리고 체육복과 타이·리본 등은 1000원이다. 시중 교복 가격과 비교하니 나눔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해 보인다.

 

10일 오후 3시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청 1층에 마련된 ‘교복 물려 입기 나눔장터’에 관내 학교의 생활복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김동환 기자
10일 오후 3시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청 1층에 마련된 ‘교복 물려 입기 나눔장터’에 관내 학교의 생활복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김동환 기자

 

운영 방식은 투명하고 실속이 넘친다. 교복 주인에게 옷을 받아 대신 팔아주고, 수익금의 90%를 주인에게 돌려준다. 위탁 기간이 지난 뒤 남은 교복은 모두 기증 처리돼 YMCA가 자체 판매하며,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 전액은 연말 관내 학교 장학금으로 쓰인다.

 

학교 한 곳당 100만원의 장학금 전달을 목표로 하며, 매년 수익 규모에 따라 7~8개 학교가 혜택을 받는다. 특정 학교에만 혜택이 쏠리지 않도록 최소 3년에 한 번은 모든 학교가 골고루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봉사자들은 세월에 따라 변해온 장터의 풍경을 회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는 시청 광장을 빌려 대규모 행사를 열고, 몰려드는 인파에 입장 인원을 제한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면서다.

 

하지만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무상 교복 정책으로 장터의 성격도 조금씩 변하면서, 이곳은 새 교복 외에 여벌 옷을 찾는 실속파들의 성지가 됐다. 활동량이 많아 해지기 쉬운 바지나 셔츠를 추가로 구하려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셔츠 대신 편한 생활복을 선호하는 이들이나 갑작스러운 전학으로 교복이 급히 필요한 이들에게 이곳은 단비 같은 존재다.

 

이날 매장에 들른 중학교 2학년 A군은 “키가 커지면서 기존에 입던 셔츠가 작아져서 들렀다”며 “오늘은 아쉽게도 딱 맞는 사이즈를 찾지 못했지만,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이런 매장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과거 구청 지하에 있을 때는 환기가 잘 되지 않았지만, 1층으로 옮겨온 지금은 밝고 쾌적한 환경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20여명의 자원봉사자 중에는 10년에서 20년 넘게 헌신해 온 이들도 있어 장터의 든든한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10일 오후 3시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청 1층에 마련된 ‘교복 물려 입기 나눔장터’에 관내 학교의 새 교복 셔츠가 눈에 띈다. 김동환 기자
10일 오후 3시쯤 경기 부천시 원미구청 1층에 마련된 ‘교복 물려 입기 나눔장터’에 관내 학교의 새 교복 셔츠가 눈에 띈다. 김동환 기자

 

나눔장터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도 놓치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 증명 서류를 지참하면 자켓부터 조끼까지 교복 한 벌을 무상으로 지급한다. 단순히 중고 물품을 파는 곳을 넘어 지역 사회의 온정을 나누는 복지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 이런 혜택을 몰라 발걸음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곳은 옷 한 벌을 아껴 입는 마음이 결국 지구를 살리는 길임을 몸소 증명한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자기가 입던 옷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 수익이 다시 친구들의 장학금이 되는 선순환의 고리도 경험토록 한다.

 

부천YMCA 녹색가게 관계자는 “열심히 활동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의 의지가 크다”며, 경기도 내 모범 사례로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29년의 세월을 견딘 이 아름다운 장터는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교복들로 활기찬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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