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늦깎이 엄마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면서 이 속담의 뜻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아이를 낳고 또 하나 이해하게 된 것이 ‘기른 정이 낳은 정보다 크고 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배우 박시은·진태현 부부가 성인 자녀를 입양한 사연을 담은 영상을 보았습니다. 보육원에서 인연을 맺고 오랜 기간 알고 지내던 아동이 보호 종료를 맞아 사회적 도움이 간절한 시점에 입양을 결심했다고 하는데 참 대단합니다.
변호사로서 입양에 관한 사건을 수행하는 경험은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2013년 개정 민법의 시행으로 미성년자를 입양할 때는 반드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친부모의 동의를 받아 입양 신고만 하면 되었고, 그마저도 대개는 자녀를 직접 낳은 것처럼 출생신고를 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허위 출생신고로 인한 양친자관계를 정리하려는(결국은 상속 분쟁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당사자들 사이에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를 대리하는 사건이나 재혼한 배우자의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기 위한 심판청구 사건을 맡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한 법무법인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 보니 입양과 관련해 일반적이지 않은 사건도 수행했습니다. 친부모가 입양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양부모를 대리해 미성년자 입양에 관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내 승소한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숨진 여동생의 자녀를 입양한 외삼촌(양부)을 대리했으나 조카(양자)의 재판상 파양청구를 방어하지 못해 패소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두 사건 모두 내밀한 가정사로 인해 자세한 사실관계를 소개할 수 없으나, 법원이 최우선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자녀의 복리(행복과 이익)’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 칼럼을 통해 설명해 드린 대로 입양에는 일반입양과 친양자입양이 있습니다. 일반입양은 입양한 부모와의 사이에 법률상 친자관계가 형성되더라도 친부모와의 친족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지만, 친양자입양은 종래의 친족 관계를 종료시키므로 친부모와의 사이에 부양·상속 등의 권리관계가 완전히 소멸됩니다. 친양자입양은 일반입양보다 요건이 까다롭고 협의에 따른 파양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재판상 파양할 수 있는 사유를 ‘양친의 학대, 유기 그 밖에 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와 ‘친양자의 패륜 행위로 친양자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때’로 제한하고 있습니다(개그맨 김병만씨는 3차례의 재판상 파양청구 소송 끝에 재판상 파양이 인용되었습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예전보다 더 마음에 쓰이는 사건이 있는데, 입양 관련도 그렇습니다. 입양 허가를 구하는 소송이든, 파양을 청구하는 소송이든 자녀들의 복리가 최우선의 기준이 돼 소송 후 그들의 삶이 부디 평온하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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