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까지 상승행진… 사상 최고치
준 의장 워시 지명에 하루 만에 31%↓
온스당 120달러에서 70달러 중반대로
롤러코스터 장세에 투자자들 ‘매운 맛’
구조적 공급 부족에 AI 산업 수요 폭증
전문가들 조정 뒤 장기적 우상향 전망
실물 고갈로 ETF·실버뱅킹 투자는 러시
변동폭 커 ‘올인’ 금물… 보수적 접근 필요
온스당 장중 12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은값이 하루 만에 31% 폭락하는 등 변동성 확대 구간에 진입했다. 120달러 고점에서 70달러 중반까지 밀리는 데 불과 열흘이 걸렸다. 지난해에만 150%라는 기록적 상승률을 보인 은이 새해 들어서도 폭주하다 조정 구간에 들어선 모습인데, 높은 수익률만큼이나 변동성이 큰 자산인 만큼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
◆파티 끝? 장기투자 전망은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롤러코스터 장세 여파로 은 투자 열기는 한풀 꺾인 상황이다. 계기가 된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명한 일이었다. 워시 의장 후보자가 통화 긴축 선호 성향이란 점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폭과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암시됐고, 국제 금·은 시세는 추락했다.
이번에 금보다 훨씬 큰 하락폭을 보인 은에 대해 시장에서는 투자 신중론과 일시적 조정 뒤 장기 상승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견해가 엇갈린다.
최근 은값 상승세가 투기 수요보다 산업적 수급 불균형에 기인한다는 점이 대표적으로 상승론을 뒷받침한다. 은 시장 데이터 전문기관인 실버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의 필수 소재인 은의 산업용 수요 비중은 2020년 40%대에서 2025년 60%를 넘어섰다. 반면 공급은 임계점에 도달해 2021년부터 5년 연속 공급 부족 상태다. 특히 세계 최대 은 정련국인 중국이 1월부터 은 수출 쿼터제를 시행하며 공급망 통제에 나선 것이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금 대비 저평가된 은의 가격 상승 여력이 금보다 크다는 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 세계적인 은 실물 재고 고갈 추세로 볼 때 장기적인 우상향 기조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이번 조정을 진입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다. 은 품귀 현상 장기화로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실버바 판매를 중단한 상태이고, 귀금속 매장 등에서도 구하기 힘들어졌다. 첨단 산업에서 은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올해도 투자용 실물 은은 계속해서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 쉐어칸 등은 구조적 공급 부족과 인공지능(AI) 산업의 은 수요 급증 등을 이유로 올해 말 은값 100달러 이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JP모건 등은 은 가격의 바닥을 75∼80달러 선으로 분석했다.
◆실물 품귀 속 ‘종이 은’ 열풍
실물을 대신할 은 투자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 은 ETF(상장지수펀드, 증권계좌), 실버뱅킹(은행계좌) 등이다. 실버바를 살 때 10%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고 보관 및 변색 위험도 따른다는 점에서 비실물 투자는 사고팔기 편리한 측면이 있다. 단, 실물 실버바가 양도세와 비과세를 내지 않는 데 비해 금융상품들은 매매차익의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은 가격에 연동된 ETF 투자는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어 접근성과 환금성이 높다. 국내 증시에서는 KODEX 은선물(H)이 유일한데, 최근 은 열풍과 함께 지난 한 달 동안 약 35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은 ETF는 수수료(0.3∼0.5%)가 저렴하며 공격적 시세차익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안정적 적립형으로 분류되는 실버뱅킹은 은행계좌로 바로 이용 가능해 가장 접근성이 높다. 국내 은행 중에는 신한은행만이 ‘실버리슈’라는 실버뱅킹을 운영한다. 0.01g 단위의 소액투자가 가능한 낮은 진입장벽, 자동이체를 통해 매달 일정 금액을 적립하기에 좋은 장점이 있지만, ETF보다 다소 높은 매매 수수료(약 1%)는 단점이다.
2011년 실버리슈를 출시한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한 은 통장 상품으로 이번 귀금속 열풍의 수혜자가 됐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실버뱅킹 잔액은 4458억원으로 1년 전보다 9배가량 증가했다가 최근 은값 하락 영향으로 지난 6일 2859억원으로 줄었다. 계좌는 3만6113좌가 개설됐다. 매수·매도 시 발생하는 달러 환전 스프레드가 일반적인 1.75∼2%보다 높은 3.5%라는 점은 은행의 쏠쏠한 수익원인데, 고객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은값이 7% 올라야 수익이 난다는 의미다.
◆금의 3배 변동폭… ‘올인’ 금물
비이자수익 확대에 열을 올리는 은행들로서는 이런 은 상품을 고려할 만도 하지만 대부분 출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금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 가격 변동성이 심한 은은 원금 손실 위험이 훨씬 커 금융소비자보호 관점 측면에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의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2021년) 시행 전 실버뱅킹을 출시했다”며 “금소법 도입 이후 투자상품 출시 시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되면서 (실버뱅킹 출시가)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실물 수급과 관계없이 거래소가 종이 은 가격을 임의로 끌어내릴 수 있는 ‘증거금 인상’ 등의 조치는 무리한 은 투자의 위험성을 드러낸다. 은 가격이 과열됐다고 판단하거나 바닥난 실물 재고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거래소가 증거금 비율을 높여버리면 이를 내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보유 물량이 강제로 청산당하고,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가격이 폭락한다.
이러한 일시적 폭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은 투자의 경우 전체 자산의 5∼10% 내외로 비중을 조절하고, 분할 매수 접근이 필수라고 권고한다. 귀금속 전문 자산관리사 제이 로트바르트 앤 컴퍼니는 2025∼2026년 귀금속 전망 보고서에서 “전체 은 자산의 20∼30%는 실물로 확보해 위험을 분산하는 투 트랙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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