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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위 꺾은 ‘맏형의 이변’… 설원보다 빛난 노장 투혼 [밀라노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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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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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김상겸 銀
16강전서 상대 넘어져 8강 안착
‘1번 시드’ 피슈날러 잡고 준결승
운도 작용했지만 실력 겸비 입증

유년시절 건강 안 좋아 육상 시작
중2 때 스노보드부 생겨 종목 바꿔
두각 드러내 국가대표까지 성장
두 번째 올림픽 평창선 16강 올라

‘배추보이’가 아닌 ‘럭키보이’가 해냈다. 모든 시선이 후배 이상호(31·넥센윈가드)에게 쏠리는 사이 베테랑이 남몰래 메달의 꿈을 꾸고 있었고 드디어 결실을 봤다. 스노보드 대표팀의 맏형 김상겸(37·하이원리조트)이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감격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만 보고 질주 ‘스노보드 맏형’ 김상겸이 8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 결승전에서 설원을 가르며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김상겸은 값진 은메달을 따내 대한민국 올림픽 400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리비뇨=연합뉴스
앞만 보고 질주 ‘스노보드 맏형’ 김상겸이 8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 결승전에서 설원을 가르며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김상겸은 값진 은메달을 따내 대한민국 올림픽 400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리비뇨=연합뉴스

김상겸은 8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경기에서 결승까지 진출해 2022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벤냐민 카를(오스트리아)과 격돌했다. 김상겸은 결승 레이스에서 접전을 펼쳤지만 0.19초 차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렇게 김상겸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자 동·하계를 통틀어 대한민국이 따낸 400번째 메달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남았다. 2018 평창 대회 은메달 이상호에 이어 한국 스키·스노보드 종목 사상 두 번째 메달이기도 하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두 차례 예선 레이스로 16강을 가린 뒤 16강전부터는 1대1로 격돌해 승자가 상위 라운드로 진출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선수라 나란히 레이스를 펼쳐 종목 명칭에 ‘평행’이란 말이 붙었다. 김상겸이 예선을 8위로 통과하며 16강에 올랐을 때만 해도 예선 6위였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의 주역 이상호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호가 16강에서 탈락한 사이 김상겸은 16강전에서 상대 잔 코시르(슬로베니아)가 경기 중반 넘어지면서 편안하게 8강에 올랐다. 이어 8강전에서 1번 시드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를 상대한 김상겸은 이번에도 상대가 균형을 잃고 코스를 이탈한 데 힘입어 4강에 진출하는 행운이 연거푸 일어났다. 그리고 준결승에서는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를 상대로 0.23초 차로 운이 아닌 실력으로 승리해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김상겸은 중반까지 0.05초 차로 앞서가기도 했지만 막판 카를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카를은 올림픽 2연패의 대업을 완성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천식이 심해 2주간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을 만큼 어린 시절 건강이 좋지 못했던 김상겸은 이를 보다 못한 부모님이 운동을 권유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육상을 시작했다. 그러다 봉평중학교 2학년 때 학교 내 스노보드부가 만들어지면서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했고, 금방 성과를 냈다. 어려서부터 육상 80m와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 순발력과 폭발력으로 힘을 쏟아내는 운동을 해왔던 터라 30~40초에 승부를 결정짓는 스노보드는 그에게 최적의 종목이었다. 그렇기에 시작부터 단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하고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등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2014 소치 대회 때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김상겸은 당시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어 2018 평창 대회에서는 16강까지는 올랐지만 더 위로 가지는 못했다.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었던 2022 베이징 대화에서도 다시 한 번 예선 탈락의 쓴맛을 봤던 김상겸은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가 네 번째 올림픽 도전이었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서는 스피드스케이팅 김준호와 함께 최다 올림픽 출전 선수이기도 했다.

행운이 따랐다고는 해도 네 번째 도전 만에 김상겸은 메달이라는 귀중한 성과를 올렸다. 2024∼2025 폴란드 크리니차 월드컵 동메달, 같은 시즌 중국 마이린 월드컵 은메달 정도가 눈에 띄는 국제대회 성적이었던 김상겸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는 행운과 실력을 결합해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어내며 환호했다. 대회를 앞두고 “목표는 1위다. 4년간 후회 없이 준비해 왔기에 그 과정의 결과를 보여드리겠다”는 김상겸의 호언장담이 실언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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