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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 주려다 2000BTC… ‘유령 코인’ 61조 만들어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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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솔·구윤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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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사상 초유 사태

이벤트 지급 단위 오기로 발생
매물 쏟아져 가격 급락에 인지
오지급 62만개 중 61.8만개 회수

빗썸, 자체 보유 4만여개 불과
장부상 15배 만들어 지급 논란
내부 통제 구조적 취약성 노출

금융당국, 현장 점검 등 예정
금융사 수준 기준 의무화 추진

국내 2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62만개(61조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오지급한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빗썸이 자체 보유한 비트코인 4만여개의 14배가 넘는 개수로, 이를 가능하게 한 이른바 ‘장부 거래’ 시스템의 위험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빗썸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쯤 ‘랜덤박스’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1인당 2000∼5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려다 시스템 입력 오류로 1인당 약 2000비트코인(약 1970억원)을 발송했다. 지급된 규모는 총 62만비트코인(약 61조700억원)이다.

가상시장 혼란 8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당첨 고객들에게 2000∼5만원, 총 62만원을 주려다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기입해 비트코인 62만개(약 60조원)를 오지급하는 사고를 냈다. 일부 수령자들이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며 시세가 급락하자 일부 고객들은 패닉셀(투매)에 나서기도 했다. 남정탁 기자
가상시장 혼란 8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당첨 고객들에게 2000∼5만원, 총 62만원을 주려다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기입해 비트코인 62만개(약 60조원)를 오지급하는 사고를 냈다. 일부 수령자들이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며 시세가 급락하자 일부 고객들은 패닉셀(투매)에 나서기도 했다. 남정탁 기자

이를 받은 고객들이 현금화하기 위해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자 빗썸 내에서 9800만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날 오후 7시30분쯤 8111만원까지 급락했다. 빗썸에 따르면 오지급된 비트코인 62만개 중 61만8212개(99.7%, 약 60조8938억원 상당)는 거래가 이뤄지기 전에 회수됐고, 이미 매도된 비트코인 1788개에 대해서도 93%가 회수됐다. 미회수 비트코인은 약 126개 상당(약 123억원)으로 추산된다.

 

빗썸 측은 “이미 매도된 0.3%(1788 비트코인)에 대해 회사 보유자산을 투입해 고객 예치 자산과 거래소 보유자산 간 100% 정합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빗썸은 이를 회수하기 위해 개별 계좌주들과 계속해서 접촉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등 법적 조치 단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빗썸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법적 조치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최대한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설득해 회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빗썸은 1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호 펀드를 상설화해 만약의 사고에도 고객 자산을 구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번 사고로 인해 손해를 본 고객에게 비트코인 매도 차익 전액과 10%의 추가 보상을 지급할 계획이다. 9일 0시부터 일주일 동안 전체 종목 거래 수수료도 면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도 후속 조치 마련에 분주하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과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빗썸 사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선 가상자산거래소가 이용자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할 때 △장부와 보유 가상자산 간 검증체계 △다중 확인 절차 △인적 오류제어 등의 통제장치가 적절히 구축돼 있는지를 중점 점검할 필요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중심으로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하고, 결과를 토대로 금감원이 현장 점검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빗썸이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2단계법을 통해 거래소에 금융사에 준하는 내부 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가상자산사업자가 외부 기관으로부터 주기적으로 가상자산 보유현황을 점검받도록 하고, 전산사고 등으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면 가상자산사업자의 무과실책임을 규정하는 방안 등도 추진한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앙화거래소 시스템의 취약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175개, 회원 위탁 비트코인은 4만2619개에 그친다. 실제 블록체인을 통한 거래가 이뤄진 것은 아니더라도, 거래소가 실제 보유자산의 약 15배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장부상으로 생성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혼란이 발생한 점을 좌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6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스1
6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스1

빗썸과 같은 중앙화거래소는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자체 지갑에 보관한 뒤 거래를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지 않고 장부상 잔고만 변경한다. 이 때문에 빠른 회수는 가능했지만, 이벤트를 위해 코인을 상한선 없이 지급한 점 등은 제도권 금융기관이라면 있을 수 없는 내부통제 미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장부 기반 거래는 은행·증권도 똑같이 쓰고 있는데, 빗썸은 잔고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며 “교차검증,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 등의 구조적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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