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뒤흔든 ‘명태균 게이트’, 그 시작은 어디서부터?
나라를 뒤흔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으로까지 이어진 ‘명태균 게이트’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요?
저는 앞서 제가 썼던 다른 기사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2024년 1월3일에 보도된 ‘김영선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시초라고 봅니다.
당시 국민의힘 5선 중진 의원으로 경남 창원시 의창구가 지역구였던 김영선 전 국회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를, 김 전 의원 지역 사무실 회계 담당자였던 강혜경씨가 검찰에 고발됐다는 게 기사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이 지역 여론조사업체 관계자와 돈을 주고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고 기사에 밝혔는데, 여기에 언급된 ‘지역 여론조사업체 관계자’가 바로 명태균씨였습니다.
이 기사가 보도된 후 명씨가 이 사건 공익제보자로 알려진 강씨에게 사무실 PC를 폐기하라고 지시했다는 걸 다른 매체를 통해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보다 두 달 전이었던 2023년 11월1일에 ‘김 전 의원의 전‧월세 보증금 재산신고 누락’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저는 김 전 의원이 국회 공직자 재산을 신고하면서 지역구 거주지의 전‧월세 보증금을 누락한 사실을 제보 받은 뒤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김 의원 측은 “단순 실수”라고 밝혔는데, 사실 이 기사가 보도된 뒤에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도 제보를 받았기에 저는 재산신고 누락 기사가 ‘명태균 게이트’의 최초 발단이 된 기사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명태균, 선관위 수사의뢰부터 1심 무죄까지 추적기
지난 5일이었죠? 세간에는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 결과로 시끌시끌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와 2024년 총선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을 대가로 돈거래를 한 의혹, 이른바 ‘세비 반띵’ 사건에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이들이 주고받은 돈의 성격이 ‘정치자금’이 아닌 급여와 채무 변제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선관위 고발부터 1심 판결까지 800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그 시간만큼 많은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수사 초기 9개월 동안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과’에 배당했습니다. 수사과는 창원지검 사무국 소속으로 검사 없이 수사관들로만 구성돼 있었죠.
통상 검사가 직접 수사할 만큼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건이 배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검찰이 애초 이 사건을 수사할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죠.
실제 창원지검 수사과는 2024년 초 명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불렀을 뿐, 이후 명씨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면서 ‘명태균 의혹’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2024년 10월 검찰은 그제야 이 사건을 형사4부에 배당하고,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지요.
하지만 선관위 고발‧수사의뢰 9개월 만에 진행한 것이어서 ‘뒷북’ 압수수색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뒷북 압수수색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적을 받았습니다.
명씨는 여러 개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명씨를 기소하기 전 압수수색할 때 명씨 집 장롱에 ‘황금폰’이 있었는데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황금폰은 나중에 명씨가 기소된 후 검찰에 자진 반납했습니다.
이 때문에 명씨 측은 명씨에게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추가 적용된 것을 두고 “황금폰은 장롱을 열면 그대로 있었는데도 검찰이 발견을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명씨는 1심에서 이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창원지법 형사4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명씨는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도운 대가로 같은 해 8월부터 15개월 동안 강씨를 통해 807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부는 이 돈의 성격을 명씨가 김 전 의원 지역구 사무실 총괄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급여와 채무 변제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공천을 대가로 주고받은 불법 정치자금이 아니라는 것이죠.
재판부는 또 명씨가 경북 고령군수‧대구시의원 예비후보들로부터 공천을 돕는 대가로 여론조사기관 미래한국연구소 전 대표 김모씨를 통해 2억4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예비후보 2명과 김씨에 대해서도 각각 무죄 선고했습니다.
◆“명태균 게이트는 민주당의 조작” vs “법원이 정치 브로커 면죄부 준 것”
1심 무죄 선고 후 법정을 나온 명씨 변호인은 취재진에게 “명태균 게이트가 더불어민주당의 조작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짙게 들게끔 하는 판결이었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정치자금법과 관련해서는 무죄라고 100% 확신했고, 증거은닉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방어권을 남용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겠나하는 예상도 정확하게 적중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제 피고인들을 그만 괴롭히고 항소를 포기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명씨는 “이 사건을 통해서 정치가 얼마나 개혁이 돼야 하는지 (알게 됐다). 정치 개혁이 똑바로 안 됐으니까 저도 멋모르고 정치 쪽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도와줬는데, 제가 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했으면 이런 일도 안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명씨는 “원인은 저한테 있겠죠. 제 일이니까. 교도소에 145일 동안 있으면서 많은 성찰을 했다. 많은 분들한테 상처 줬는데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살아가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명태균 게이트 면죄부 판결,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제목의 비판 논평을 냈습니다.
진보당은 “‘김영선이 좀 해줘라’던 윤석열 육성을 온 국민이 듣지 않았나. 그럼에도 법원은 ‘증거 부족’과 ‘정상적 거래’라는 해괴한 논리로 국민 상식을 처참히 짓밟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어느 누가 국회의원 세비 절반을 꼬박꼬박 상납 받느냐. 누가 봐도 명백한 공천 대가가 법원의 눈에는 정상적인 고용관계 정도로 보였냐”면서 “이 판결대로라면 제2, 제3의 명태균들이 정치판을 멋대로 휘둘러도 처벌할 길이 없어진다. 법원이 정치 브로커의 천국을 조장한 셈이다. 개탄한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진보당은 “재판부가 명씨의 활동이 공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부정한 이 판결은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식 판결”이라며 “세상을 뒤흔든 ‘명태균 게이트’에 면죄부를 준,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검찰은 즉각 항소해 썩어빠진 정치 자금의 실체를 다시 규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경남행동’도 성명을 내고 규탄했습니다.
이 단체는 “이는 정치부패 의혹에 대한 사실상 면죄부로, 공직선거의 공정성을 근본에서 훼손하는 중대한 공천 거래 의혹”이라며 “그럼에도 재판부는 급여와 채무 변제라며 정치자금성을 부정했다. 이는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판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번 판결의 책임은 사법부에만 있지 않다”면서 “검찰 역시 공천 개입과 정치적 대가 관계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부실 수사를 자초했다. 핵심 혐의가 무죄로 귀결된 것은 검찰 수사의 한계이자 책임 회피의 결과”라고 성토했습니다.
이 단체는 “이번 판결고 수사는 공천 거래도 서류만 갖추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정치권에 보내고 있다”며 “검찰은 즉각 항소하고 정치부패 전반에 대한 책임 있는 수사에 나서야 한다. 사법부 또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1심 재판에서도 명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 청탁 대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한 부분도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김건희 특검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이제는 명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이 사건 검찰 항소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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