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 과정에서 들어간 첨가물, 장내 염증 유발…가스 채운다
가정의학과 교수 “유당불내증 한국인 75%, 유행 좇다 탈나”
서울 낮 기온이 영상권으로 진입한 5일, 광화문 거리에는 미세먼지도 막지 못한 활기가 넘쳤다. 코트 차림의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며 거리는 오랜만에 생동감으로 가득 찼다. 기자도 이들 틈에 섞여 발걸음을 옮기며 살펴보니, 손에 들린 음료가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설탕 가득한 주스 대신 ‘제로’ 탄산이나 귀리 우유로 바꾼 ‘오트 라떼’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속도 편하고 살도 덜 찔 것 같아서요. 1000원 정도 더 비싸지만 건강에 투자하는 셈이죠.” 3년 차 직장인 이모(29) 씨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확인한 실상은 서늘했다. 우리가 죄책감을 덜기 위해 선택한 이 음료들이 실은 한국인의 장을 병들게 하는 ‘트로이의 목마’일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웰빙’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음료들의 이면을 자세히 파헤쳐 본다.
◆“물 대신 마셨는데 복부 팽만”…‘제로’가 부른 장내 불균형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음료 매대에는 ‘제로(Zero)’ 딱지가 붙지 않은 음료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였다.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의 고충을 털어놨다.
김 씨는 “생수는 밍밍해서 손이 잘 안 간다. 제로 탄산음료를 아예 사무실 책상에 박스째 쌓아두고 물처럼 마셨는데, 어느 날부턴가 회의 중에 배에서 자꾸 ‘꾸르륵’ 소리가 났다”며 “처음엔 배고파서 그런 줄 알았는데, 소화도 안 되고 가스만 차서 결국 병원까지 다녀왔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김 씨의 사례를 두고 “인공감미료의 역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감미료가 소화되지 않고 장까지 그대로 내려가면 미생물 생태계가 요동친다”며 “특히 장이 예민한 한국인들에게 습관적인 제로 음료 섭취는 ‘뱃속 전쟁’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지적한 당뇨병 위험뿐만 아니라 당장 내 뱃속의 전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레마’의 유혹…종이 필터 한 장이 가르는 혈관 건강
점심 식사 후 들른 유명 에스프레소 바에서는 고소한 기름층인 ‘크레마’가 가득한 커피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바리스타에게 추출 방식을 묻자 “저희는 금속 필터를 사용해 커피 본연의 오일을 살린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문제는 이 ‘오일’의 정체다. 확인 결과 종이 필터를 거치지 않은 커피에는 ‘카페스톨’이라는 지방 성분이 그대로 남는데, 이것이 혈관 건강의 적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심혈관내과 전문의는 “카페스톨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촉진한다”며 “고지혈증이 있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는 ‘필터 커피(핸드드립)’를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하버드 연구팀의 결과처럼 종이 필터가 카페스톨을 95% 걸러준다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닌 내 혈관을 지키는 현실적인 방패인 셈이다.
◆‘오트 밀크’의 배신…건강하려다 ‘첨가물 칵테일’ 마신다
최근 카페가 우유 대체제로 적극 도입 중인 ‘귀리 음료(오트 밀크)’의 성분표를 확인해 봤다. 건강한 식물성 음료라는 이미지와 달리, 뒷면 라벨에는 낯선 화학 성분들이 빼곡했다. 우유 같은 질감을 내기 위한 유화제와 산도조절제였다.
식품영양학과 전문가는 “집에서 간 귀리는 층이 분리되고 밍밍하지만, 시판 제품은 이를 막기 위해 각종 첨가물을 넣는다”며 “이런 유화제들이 장 점막을 깎아내려 장 누수 증후군이나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동 열풍과 함께 필수품이 된 단백질 셰이크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의 약 75%가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는 현실에서, 성분 확인 없는 섭취는 독이 된다.
헬스 트레이너 박모 씨는 “회원들이 단백질 보충제만 먹으면 설사를 한다고 호소하는데, 대부분 유당이 제거되지 않은 저가형 농축유청단백(WPC) 제품을 섭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자신의 체질을 안다면, 분리유청단백(WPI)인지 반드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것은 ‘무조건적인 유행 좇기’의 위험성이다. 남들이 마신다고, 혹은 광고 문구에 혹해서 내 몸에 ‘첨가물’을 붓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 마신 음료의 뒷면을 한 번쯤 뒤집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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