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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金)보다 귀한 김? 장당 350원”…전 세계 70% 휩쓰는데 정작 ‘내 식탁’만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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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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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쏘아 올린 ‘K-김밥’ 열풍 역습…전 세계 싹쓸이 주문, 국내 물량 씨가 말랐다
“수출 효자면 뭐하나, 우리 애 반찬도 못 줄 판”…치솟는 원초값에 ‘내수 차별’ 논란까지
뜨거워진 바다에 말라가는 김 양식장…식품업계, 지금 빌딩서 김 키우는 ‘육지 김’ 전쟁중

5일 서울의 한 재래시장 건어물 상가. “아이고, 김 가격 묻지 마시오. 나도 파는 입장에서 민망해서 그래.”

 

한때 ‘검은 종이’라 불리며 외면받던 김은 이제 한국 여행 필수 쇼핑 리스트 1순위로 등극하며 글로벌 스낵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준다. 게티이미지
한때 ‘검은 종이’라 불리며 외면받던 김은 이제 한국 여행 필수 쇼핑 리스트 1순위로 등극하며 글로벌 스낵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준다. 게티이미지

30년째 건어물을 취급하는 상인 박모(68) 씨가 손사래부터 쳤다. 진열대 앞을 서성이는 손님들은 가격표를 보고는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김 봉지를 내려놓기 일쑤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만원 한 장이면 두둑하게 챙기던 김이, 이제는 큰맘 먹고 지갑을 열어야 하는 ‘사치재’가 되어버렸다.

 

박 씨네 가게 앞을 지나던 일본인 관광객 무리가 “오이시(맛있다)”를 연발하며 조미김 10박스를 카트에 쓸어 담았다. 그 바로 옆에서 콩나물 값 500원을 깎으려 실랑이하던 우리네 어머니들의 빈 장바구니가 유독 초라해 보였다. 세계 시장 점유율 70%, 수출 1조원 돌파라는 화려한 ‘K-푸드’의 성적표 뒤에는, 정작 안방 식탁은 챙기지 못한 ‘수출의 역설’이 서늘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바다가 펄펄 끓어”…어민의 한숨, 검은 눈물이 되다

 

현장의 비명은 서울 한복판보다 남쪽 끝 바다에서 더 처절했다. 전남의 한 김 양식장. ‘검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황금어장이 아닌 기후 재난의 최전선이었다.

 

검붉게 윤기가 흘러야 할 김발은 누렇게 뜬 채 축 늘어져 있었다. 고수온으로 인한 ‘갯병(황백화 현상)’이다. 어민 이모(58) 씨가 김발을 들어 올리자 힘없는 김 엽체들이 뚝뚝 끊어져 바다로 떨어졌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보시오. 이게 김이요? 썩은 풀이지. 바닷물이 차가워야 김이 딴딴하게 여무는데, 겨울 바다가 목욕물마냥 미지근하니 다 녹아버리는 거요.”

 

이 씨의 목소리가 배 엔진 소리에 묻혀 갈라졌다. 그는 “작년보다 수확량이 40%는 줄었다. 물건이 없는데 공장에서는 웃돈 줄 테니 달라고 난리다. 이게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은 흐물거려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바다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그 바다가 아니었다.

 

◆식탁 주권 위협하는 ‘기후 플레이션’

 

현장에서 확인한 김 가격 폭등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넷플릭스발 ‘K-김밥’ 열풍으로 인한 수출 쏠림 현상이지만, 그 기저에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위기’가 똬리를 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중품 마른김 10장 가격은 1515원으로 마지노선이라 여겼던 1500원 벽을 깼다. 현장 체감가는 더 잔혹하다.

 

백화점 식품관에서 최상급 곱창김 한 톳(100장)은 3만5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있다. 장당 350원. 이제 아이들 밥반찬으로 김 한 장 꺼내기가 무서운 세상이 온 것이다.

 

◆바다 떠나 빌딩으로…‘육지 김’이 대안 될까

 

바다가 배신하자 기업들은 땅으로 올라왔다. 풀무원, 대상 등 식품 대기업들은 충북 괴산 등 내륙 깊숙한 곳에 ‘김 스마트팜’을 짓고 있다. 바닷물 대신 배양액을 쓰고, 태양 대신 LED 조명을 비춰 김을 키운다.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내수 공급이 줄어들면서 1년 사이 가격이 50% 이상 치솟아 ‘국민 반찬’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진 실정이다. 연합뉴스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내수 공급이 줄어들면서 1년 사이 가격이 50% 이상 치솟아 ‘국민 반찬’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진 실정이다. 연합뉴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자연에 기대어 김을 얻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며 “반도체 공장처럼 통제된 환경에서 김을 찍어내야만 식탁 물가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되어 서민의 밥상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술 비용이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비축 물량을 풀고 할인 지원에 나섰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당장 눈앞의 가격표만 쳐다볼 게 아닌 기후 변화에 적응할 신품종 개발과 내수 물량 보호를 위한 쿼터제 등 근본적인 ‘식탁 안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수출 대박이라는 환호성 속에, 정작 우리 아이에게 먹일 김 한 조각이 귀해지는 이 기현상. 이것은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닌 기후 위기가 우리 밥상을 어떻게 점령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경고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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