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조 원대 가격 담합 혐의로 제분 및 제당 업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긴 가운데 관련 기업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제품 가격 인하를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을 이유로 들었으나 사법 리스크와 정부의 강력한 압박이 맞물린 ‘백기 투항’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CJ제일제당은 5일을 기점으로 일반 소비자용(B2C) 설탕과 밀가루 전 제품의 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설탕은 평균 5%이며 밀가루는 평균 5.5% 수준의 인하다. 이어 삼양사와 사조동아원 그리고 대한제분 등 업계 주요 기업들도 줄줄이 4~6%대의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업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국제 원당과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대규모 담합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업들을 거세게 몰아붙인 직후이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국내 주요 제분사 6곳과 제당사 관계자들을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했다. 조사된 담합 규모는 제분 업계 약 5조 9000억 원이고 제당 업계 약 3조 2000억 원으로 도합 9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다.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장기간 가격을 통제해 왔다는 비판이 비등해지자 기업들이 서둘러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며 민심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부의 압박 수위 역시 이례적으로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경제 지표가 좋아져도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하면 국민이 삶의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담합 적발 사실을 직접 거론하며 “독과점을 이용해 고물가를 강요하는 행위는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설탕과 밀가루는 우리 식생활의 가장 밑단에 있는 원재료다. 빵과 라면 그리고 과자와 음료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재료 값이 내려간 만큼 이를 사용하는 하단 식품 제조사들도 가격 인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다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수조 원대 담합으로 얻은 부당 이익에 비해 5% 안팎의 인하 폭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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