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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관점 인구정책 탈피…글로벌인구 활용해 질적성장 할 때” [창간37-석학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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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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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

입시·취업 등 살인적 경쟁강도에 출산율 줄어
2030년 기점으로 구직보다 구인인구 더 늘 것
직군별 차이 있지만 정년연장 지금부터 준비를
서열화 수능 폐지하고 대학에 학생선발권 줘야

인구감소 세계적 추세… 사회전환 기회 삼아야
수적 감소 놀라기보다 질적 역량 성장에 집중
인구 다수 세계 Z·알파세대 공략에 힘쓰고
동시에 국내 인구 글로벌형 인재로 육성해야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인구가 많아서 여기까지 성장했나요? 중요한 건 인구의 수가 아니라 역량입니다.” 국내 인구학 권위자인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보건대학원 교수)은 지난달 2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인구 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우선 인구 감소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인구가 줄면 거기에 맞춰 제도와 질서가 잘 작동할 수 있게 미리 대비하고 바꿔 줘야 하는데 그런 논의는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학생이 없는데 전국에 서울대를 10개 만들어 균형발전을 이뤄내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상이라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에서 2022년 0.78명, 2023년 0.72명, 2024년 0.75명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1.43명(2023년 기준)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세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우리나라 인구 위기와 관련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대체출산율을 보면 3개 세대 후 인구가 27분의 1로 줄어든다”며 “북한이 침공할 필요도 없다. 그냥 걸어서 넘어오면 된다”고 말했다. 북한 인구 역시 줄어드는 점 등을 감안하면 머스크의 이 발언엔 큰 어폐가 있지만, 마냥 웃어넘길 수도 없는 현실이 됐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인구의 수가 아니라 역량”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인구의 수가 아니라 역량”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조 센터장은 이 같은 인구 위기를 오히려 새로운 사회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기 위해선 국내 인구 감소에만 머물렀던 시선을 글로벌로 넓혀 인구 축소가 아닌 확장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우리 후속세대에게 ‘결혼하세요’, ‘출산하세요’ 이런 말은 이제 그만하자”며 “차라리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인구와 부’에서도 “이제 우리에게 인구는 ‘짐’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만들어낼 ‘자원’”이라며 인구의 양이 아닌 질적 성장의 중요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 일문일답.

―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청년세대가 느끼는 경쟁의 강도가 부모세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내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내가 모르는 모든 사람이 다 나의 경쟁 상대가 됐다. 실제 경쟁률이 아닌 심리적인 경쟁률이 굉장히 높아졌다. 교육수준이 올라간 청년들의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경쟁은 심해지면서 결혼·출산보다 자신의 생존을 우선시하게 됐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에서 복지 수준이 최고라는 스웨덴이나 핀란드, 네덜란드 같은 국가들의 출산율도 떨어지는 추세다. 출산율과 복지는 별개인 셈이다. 점점 도시화가 되고, 그 사회의 교육수준과 경쟁의 밀도가 올라갈수록 출산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소멸 문제도 현실이 됐다.

“사람이 안 태어나는데 현재의 행정체제를 어떻게 유지하겠나. 한 해에 100만명씩 태어났을 때가 아니라 20만명대가 태어나는 시대에 맞춰 인구가 줄어도 행정이 잘 작동할 수 있게 제도와 구역을 재편해야 한다. 일례로 학생이 없는데 전국에 서울대를 10개 만들어 균형발전을 이뤄내겠다는 건 불가능한 구상이다.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했을 때, 서울 외에 하나의 지역을 만들어 인구를 분산하면 적당할 것 같다. 위치는 고민해 봐야겠지만 이 지역은 서울과는 다른 형태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많은 곳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와 함께 교통체계를 개선해 지역과 지역을 빠르게 오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국토를 압축시키는 개념이다.”

―이민정책에 대한 견해도 궁금하다.

“단순히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각 분야의 역량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연구개발(R&D)같이 앞으로 국내 인력이 부족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분야에선 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그러나 제조업 중에서도 사양산업과 같이 단순히 현상 유지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은 단순히 일만 하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들과 문화, 공간을 함께 공유하며 살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그걸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시장 개편에 대학 견해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보면 밑이 너무 적어서 위가 나가지 않아도 걱정이 없는 수준으로 가고 있다. 정년 연장이 청년들의 노동시장에 영향을 주는 시기는 2030년쯤까지로, 구직난이 이어지다가 이 시점을 넘어가면 오히려 구인난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부터 정년 연장 논의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이는 전체적인 구조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직업군마다 상황이 다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에선 연공서열을 벗어나 성과 위주로 평가하는 등 유연성이 필요하다. 당연히 이런 직군에선 정년 연장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그동안 인구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국가 시스템은 45∼55세 세대들에게 맞춰져 있다.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관점에서 인구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됐다. 그러다 보니 모든 논의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만 맞춰졌다. 청년세대에게 ‘이만큼 복지 혜택을 줄 테니 아기를 많이 낳아라’라면서 줄어드는 인구를 다시 늘리려고만 한 것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인구가 줄면 거기에 맞춰 제도와 질서가 잘 작동할 수 있게 미리 대비하고 바꿔 줘야 하는데 그런 논의는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인구는 더 줄어갔고, 많은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인구 관점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축소가 아닌 확장의 시각에서 인구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 시장은 글로벌이다. 국내 인구 숫자가 아닌 글로벌 인구를 활용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우리가 인구를 저출생 관점으로만 보는 사이에 다른 나라는 인적 자원에 투자하면서 더 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모른 채 인구를 5000만명에 가두고, 내수 시장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나.

“전 세계의 인구 피라미드도 점점 다이아몬드 형태로 가고 있다. Z세대(1997~2012년 출생자)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가 인류 역사상 가장 인구가 많은 세대다. 정치·경제·문화 모든 측면에서 이 세대를 위주로 글로벌 시장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 세계 각지에서 동시간에 서로 교류하는 게 익숙한 세대인 이들을 잡는 나라와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인구 감소로 내수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인재로 클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 줘야 한다. 우리는 인적 자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해 온 나라다. 앞으로는 그 방향을 우리 내부가 아닌 글로벌로 향하게 해야 한다.”

―교육시스템도 개편해야겠다.

“우선 지금의 대학교 숫자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통폐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립대학들이 문 닫고 나갈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 줘야 한다. 이와 함께 규모의 경제 관점에서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기존 수능 제도를 바꿔야 할 때가 왔다. 단순히 등급을 나누기 위한 교육시스템과는 작별해야 한다. 학생 선발의 자율성을 대학에 줘야 한다. 대학에선 전공을 정하지 않고 뽑는 학생 비중을 점차 늘려가야 한다. 이들이 교육의 칸막이 없이 다양한 학문을 접하며 융합 가능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길러내야 한다.”

 

조영태 센터장은… ●고려대 사회학과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사회학 석사·인구학 박사 ●미국 유타주립대 사회학과 조교수 ●베트남 정부 인구국 인구정책 자문 ●서울연구원 비상임이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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