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 필하모닉 단원들은 콘서트홀 무대가 넓더라도 가까이 모여 앉는 걸 선호한다. 크고 넓게 띄어 앉는 게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 서로 소리를 잘 듣는 일이 음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대체로 연주자들은 넓은 공간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케스트라 배치가 얼마나 치밀하고 꽉 짜여 있는지가 훌륭한 앙상블, 악단을 구분하는 가늠자가 되기도 한다.
콘서트홀은 클래식 음악을 담는 공간으로서 ‘만드는 행위’와 ‘듣는 행위’가 교차하는 장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인 ‘건축물’이기도 하다. 울림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악기이기도 하다.
일본 도쿄 산토리 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프랑스 파리의 필하모니 드 파리, 독일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부터 우리나라 롯데 콘서트홀까지 최근 지어진 세계 최고 수준의 콘서트홀 음향을 설계한 일본 전문가와 음악 평론가가 나눈 대담집이다. 클래식 작품이나 작곡가가 아닌 콘서트홀이라는 공간 자체를 중심에 두고 음향과 음악,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다.
“베를린 필의 장점을 하나만 간단히 말하면, 모든 악기의 소리가 들린다는 거예요. 아무리 복잡한 곡에서든 투티(모든 연주자가 동시에 연주함)를 빵 하고 연주해도 모든 악기 소리가 제대로 들려요. 균형이 잘 잡혀 있지요...카라얀의 리허설은 아주 재미있었다고 하더군요. 우수한 오케스트라라도 투티에서 포르티시모(매우 강하게 연주)는 앙상블이 엉망진창이 되는데, 그 경우에 카라얀은 곧바로 오케스트라를 멈추고 거기서 ‘방금 포르티시모 부분을 전부 피아니시모(매우 약하게 연주)로 낮춰라’라고 말했다고 해요.”
오랜 기간 음악 공간을 탐구하고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로서 음향설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는 물론 여러 음악가 및 건축가와 나누었던 깊고 풍부한 교류, 긴장감 있는 대화를 솔직담백하게 들려준다. 음악감독의 인사권, 유튜브 시대의 오케스트라, 카라얀의 특별한 리허설, 오자와 세이지의 지휘 철학 등 클래식을 좋아하는 이라면 솔깃할 주제가 허심탄회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지휘자의 역할 중에서도 오케스트라의 균형 잡힌 소리를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트레이너 혹은 오케스트라 빌더로서의 역할에 특히 주목한다. 빈 필이나 베를린 필처럼 지휘자에 좌우되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앙상블을 지켜내는 유구한 전통을 지닌 오케스트라도 있지만, 단 한 명의 마에스트로의 힘에 의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소위 ‘신데렐라 오케스트라’도 있다. 조지 셀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첼리비다케와 뮌헨 필하모닉, 사이먼 래틀과 버밍엄 시티 심포니,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무지카 에테르나 등을 꼽으며 이런 ‘신데렐라 오케스트라’들의 존재가 다른 오케스트라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한다. 일본 지방콘서트홀의 활성화 방안 등은 우리나라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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