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작가, 뒤늦게 “실은 멜로니가 맞다” 실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로마 시내 한 성당 프레스코 벽화의 천사 얼굴이 결국 삭제됐다. 이 사안은 가톨릭 로마교구 교구장을 겸하고 있는 레오 14세 교황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천사 얼굴은 멜로니가 맞다”고 실토했다.
4일(현지시간) AF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 청사에서 가까운 루치나 성(聖) 로렌초 대성당 내 예배당 벽면에 그려진 천사 2명 가운데 1명의 얼굴이 지워졌다. 문화재 복원 전문가로 해당 그림의 작가이기도 한 브루노 발렌티네티(83)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티칸(교황청)의 지시에 따라 천사 얼굴에 페인트를 덮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발렌티네티에게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있는지 밝히길 거부했다. 다만 AFP는 자사 기자가 대성당에 직접 가서 취재한 결과 천사 얼굴이 지워진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벽화는 얼마 전 수해 탓에 일부가 훼손됐고, 대성당 측은 발렌티네티에게 복구를 의뢰했다. 그런데 작업이 끝나고 공개된 천사의 얼굴이 멜로니와 너무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야당은 해당 그림이 멜로니에게 찬사를 바치려 한 것이란 의구심을 강하게 내비치며 “예술과 문화가 정치적 선전의 도구가 되는 것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멜로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나는 천사와 전혀 닮지 않았다”며 자신과는 무관한 일임을 강조했다.
논란의 불똥은 바티칸 교황청에까지 튀었다. 로마 시내 모든 성당을 관할하는 가톨릭 로마교구 교구장이 바로 교황이기 때문이다. 자체 조사에 착수한 로마교구가 “교회 안에서 정치적 논쟁 탓에 분열이 생기거나 미사 참석자들이 불편을 겪어선 안 된다”며 발렌티네티에게 삭제를 지시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이다. 다만 로마교구장인 레오 14세가 최종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천사 얼굴 그림이 공개된 직후 발렌티네티에겐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멜로니)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려 한 것”이란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자 발렌티네티는 “나는 (수해로 훼손되기 전) 원본의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복원했을 뿐”이라며 “얼굴의 변형은 결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사 얼굴은 멜로니가 맞다”고 시인했다. 대성당 측은 조만간 천사 얼굴을 원본 그림 그대로 재복원하는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이탈리아 총리 얼굴과 똑 닮은 천사 얼굴 그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인지 한동안 수많은 관광객이 대성당을 찾았다. 방문객 A(23·여)씨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그림을 보러 왔는데 이미 지워졌다는 뉴스를 접했다”며 “정말 어떻게 생겼는지 더욱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 작품에 특정 정치인의 얼굴을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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