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네 탓 공방 접고 입법 서둘러야
정부 미래전략 투자 사전협의 나서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관세 폭탄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차례로 미국을 방문해 관세협상을 벌였지만 빈손에 그쳤다. 여 본부장은 미 현지에서 협상 후 “미 정부가 관세인상 발표를 관보로 공식화하기 위한 부처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3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간 회담에서도 관세 문제는 쏙 빠졌다. 이러다 트럼프발 ‘25% 관세인상’이 현실화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미국 측은 이번 협의에서 한국 국회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엔 미온적이라는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박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대미투자법은 미국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가로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 이행 방안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은 발의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야 공방 속에 방치돼 있다. 법안 통과 지연을 이유로 관세인상 카드를 빼 든 트럼프에게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제는 정부가 아무리 대미투자 이행 의지를 피력해도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사정이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어제 특별법 처리를 읍소하고 나서야 여야는 대미투자특별법을 다룰 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만시지탄이다. 여당의 책임이 크지만, 야당 또한 국회비준 주장이나 협상 흠집내기로 몽니를 부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어제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 J D 밴스 부통령이 (회담에서) 김민석 총리에게 쿠팡 사태부터 따졌다”며 미확인 정보로 정치공세까지 폈다.
국익이 걸린 대미투자특별법만큼은 정쟁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될 일이다. 특위까지 구성됐으니 야당은 실익 없는 비준 입장을 접고 초당적 협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미국이 한·미 합의 내용을 행정명령으로 시행했는데 우리만 비준동의 문제로 시간을 허비하고 스스로 족쇄를 채울 이유가 없다. 국익 앞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정부도 대미투자 이행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대미투자는 감당하기 어렵지만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일본과 대만 등 경쟁국들은 합의 후 대미투자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우리만 미적대다 미국에 추가 보복 빌미를 줄 수 있다. 특별법 처리 전이라도 조선과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처럼 미래전략산업 분야에서 투자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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