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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단 믿음에 ‘금 간’ 금값… 하루새 10% 폭락했다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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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아 선임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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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이던 금이 최근 10% 가까이 급락했다가 며칠 만에 낙폭을 회복하면서 자산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국제 금값이 65% 급등하면서 금융계에서는 금이 더이상 ‘따분한 안전자산’이 아니라 ‘투기자산’이 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국제 원자재·금융 시장을 뒤흔든 ‘워시 쇼크’가 다소 진정되면서 3일 금·은 가격이 반등했다. 이날 국내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종가는 전날보다 3.68%(8390원) 오른 23만6090원을 기록했다. 국내 금 현물은 전날 하한가(10%)를 찍었으나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의 은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인 ‘코덱스(KODEX) 은 선물’도 9.34% 오르며 전날 30% 하락 충격에서 벗어났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금·은 가격도 반등했다. 2일(현지시간) 코멕스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1.9% 내린 채 장을 마쳤으나 이어진 장외거래에서 4.10% 상승한 온스당 4843.2달러(미 중부시간 3일 0시 기준)에 거래됐다. 전날 온스당 77.0달러로 1.9% 하락했던 3월 인도분 은 선물도 3일 자정 장외거래에서 8.05% 상승한 83.2달러로 뛰어올랐다.

 

이날 글로벌 금융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이 집계한 금 현물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 현물은 지난달 30일 9.83% 폭락한 이후 1∼2% 가량 추가 하락했으나 3일 오후 5시30분 기준 4911.47달러로 5.25% 상승 중이다. 인베스팅닷컴은 전세계 주요 거래소의 매매가를 조사해 현물 가격을 산출한다. 은 현물 역시 87.22달러로 9.77% 올랐다.

 

앞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금·은 가격은 각각 10%·30% 안팎까지 하락했다. 

 

금은 이자·배당 수익이 발생하지 않지만 인플레이션과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져왔다. 이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에 일정 비율을 넣어두되 비중을 늘릴 만한 자산은 못 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투자 상식이 최근 몇 년 새 뒤흔들리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달 21일 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금 가격은 65% 폭등하며 1970년대 2차 오일 쇼크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며 “주식·원자재·채권 등 타 자산 대비 2~3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같은 수익률이 더이상 과거의 틀로 설명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세계 금협회는 2025년 금 가격의 급등을 기존 분석 방법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해 금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했다”고 전했다.

 

세계 금 협회는 2021년 GRAM이라는 분석 틀을 도입해 금 가격이 어떤 요인에 의해 변동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GRAM이 설명하지 못하는 잔차(회귀분석의 오차) 부분이 압도적으로 커지고, 금 가격과 달러화지수 간 전통적인 연관관계도 붕괴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GRAM 요인 중 잔차의 비중(기여율)은 2007∼2025년 평균 1.5%인 반면 2023∼2025년에는 평균 56%로 치솟았다. 이는 최근 금값 변동이 기존 요인으로 절반도 설명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금 가격과 달러화 지수의 상관관계도 2002∼2019년에는 마이너스 0.49로 서로 반대로 움직였다. 금이 오르면 달러가 약세가 되고, 달러 강세장에서는 금값이 내려갔다. 반면 2020~2025년 둘의 상관관계는 0.11로 양의 값으로 돌아섰다. 금과 달러화가 동반 상승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금 가격 폭등의 배경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폴란드·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금 매입에 나선 점도 꼽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금 매입에 집중하는 신흥국들은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이라고 취급해오던 미국 장기국채를 대거 매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주요 신흥국들은 미국과 정치경제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달러 자산이 동결될 수 있다고 우려해 금 매입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로 투기적 수요가 집중된 것도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2021년에는 금 가격과 미국 에스앤피(S&P)500 수익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으나 2024년에는 이 상관관계가 0.9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2024년까지 금 가격 상승은 수요 측면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영향이 컸다면, 2025년에는 시세 차익을 노린 ETF 매입 확대가 핵심 동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금값이 요동쳤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금·은의 장기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금은 너무 올드(old)하고 부가가치를 내는 자산도 아니지만, 화폐 자산을 다변화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인천PWM센터 이슬기 팀장은 “지정학적 위기나 미국 재정 이슈, 금리 인하 기조 내에서 금 가격이 상승할 구조적인 원인은 여전히 유효하며 글로벌 전문가들도 향후 금가격은 다시 상승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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