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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래식 전력 통합 ‘북한판 CNI’, 남북 관계 새 변수 되나 [창간37-격변의 한반도, 평화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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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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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안보 환경 바꾸는 북한 무력 고도화

핵 개발 함께 육·해·공 전력 증강
전투력 높인 자주포·전차 등 과시
러 기술 이전받은 자폭드론도 생산
우크라전서 교훈… 軍 현대화 주력

9차 당대회서 CNI 강화안 밝힐듯
실현 땐 對南 위협 수준 더 높아져
李정부, 9·19 군사합의 복원 강조
北 호응은 미지수… 긴장 완화 과제

“날 선 냉랭함이 한 번에 녹진 않겠지만,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룰 실현 가능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대화 재개 여건과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정부 시절부터 첨예해진 남북 대결 구도가 우발적 충돌로 번질 위험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수년간 북한은 군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비무장지대(DMZ)에서 남측의 접근을 차단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의 움직임이 남북 간 의도치 않은 충돌로 이어질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지난해 10월10일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지난해 10월10일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력 증강 박차…일정 성과 거둬

 

북한은 2021년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초대형 핵탄두 생산과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등을 포함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고 받은 대가로 첨단 국방과학기술을 습득, 군사력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포럼 등의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3월 화산-31 전술핵탄두를 공개했다. 북한은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600㎜ 초대형방사포, 화살-1·2형 순항미사일 등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8·19·20형을 개발했지만, 정상각도 발사를 시행하지 않아 실제 성능은 확인되지 않았다.

 

재래식 분야는 한국군에 대한 재래식 전력 열세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육군은 냉전 시절 옛소련과 중국 전차를 복제한 것에서 벗어나 전투력, 기동성이 향상된 M-2020 전차를 개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을 방문해 무기 생산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을 방문해 무기 생산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5월 전차 공장을 방문, “육군에 최신식 땅크(탱크)와 장갑차들을 지난 세기의 장갑무기들과 교체장비시키는 것은 무력 건설과 육군 현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2차 장갑무력혁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155㎜자주포도 공개했다. 지난 4일에는 이스라엘산 스파이크 유도미사일과 비슷한 외형의 전술유도무기 공장을 공개하고, 올해 상반기부터 주요 부대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공군 전력 증강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한국군과의 전력 격차가 가장 심한 해군은 신형 구축함 최현호와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을 추진했다. 공군은 고고도 무인정찰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공대공미사일 등을 개발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내부 장치와 부품들은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한 대가로 관련 기술과 운용경험 등을 습득, 단기간 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2024년 11월 자폭드론 성능시험을 참관한 직후 대량생산을 지시했다.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선 러시아 란셋-3와 유사한 자폭드론 6기를 탑재한 발사차량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샤헤드-136 자폭드론 기술을 평양에 이전하고 생산라인을 구축해 교류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한·미·일 등 서방 11개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을 지원하고자 구성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은 지난해 5월 보고서에서 “2024년 11월 이후 러시아가 북한에 단거리방공시스템, 전자전 체계, 전파교란장치 등을 제공하고 사용법을 전수했다”고 밝혔다.

 

◆핵·재래식 복합 강화 나설 듯

 

북한이 이번 달 개최할 것으로 보이는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는 2021년 8차 대회 당시 제시했던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개발 5개년 계획 성과의 후속 조치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개념이 핵·재래식 통합(CNI)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방과학원 장갑방어무기연구소와 전자무기연구소 시찰에서 “당 제9차 대회는 국방건설 분야에서 핵무력과 상용무력 병진 정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판 CNI’를 거론했다. 통일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면서 실제 전장에서 핵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과 재래식 무기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이 배경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핵무기는 잠재적 적국의 도발 억제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실전에선 핵보유국들의 연쇄적 움직임 등을 촉발해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달을 위험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핵보유국인데도 수사적 핵위협만 할 뿐 핵무기를 쓰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핵무기와 더불어 재래식 전력도 첨단화해야 유사시 국가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북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면서 이 같은 교훈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은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신형 재래식 무기 대량생산·전력화 등을 통해 CNI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판 CNI’가 실현된다면 북한은 전략적 억제력을 지닌 핵무기와 ICBM, 유사시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전술핵과 탄도·순항미사일, 재래식 분쟁에 투입할 현대화된 군대를 얻는다. 대남 위협 수준이 급상승하는 셈이다.

 

◆긴장완화 추진… 실효성 우려도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기조하에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 장벽 건설, 지뢰 매설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의 휴전선 월경과 한국군의 경고사격이 반복되어 왔다. 군비증강과 휴전선 일대 긴장 고조 국면이 지속되면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남북 관계 개선과 긴장 완화를 위해선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소해야 하며, 북한을 자극할 만한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정부는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했고, 휴전선 재획정을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윤석열정부 시절 효력이 정지된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 방침도 꾸준히 밝히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협의를 통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복원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 협의가 이뤄진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는 공중→지상→해상 순서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군사적 유화 조치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군사력 증강을 가속화하는 북한이 정부의 9·19 군사합의 복원에 호응할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휴전선 재획정 등을 논의하는 군사대화를 하자는 우리 측의 제안에 응답하지 않은 채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서 군사적 움직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9·19 군사합의 복원을 추진하면, 휴전선과 DMZ에서 한국군이 주도권을 잃어버릴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한국군이 휴전선 일대에서의 돌발상황에 맞설 위기대응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의 조치를 두고 남북 긴장의 원인을 우리 내부에서 찾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임 정부 시절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평양 무인기 사건’이 있었지만, 북한은 10여년 전부터 무인기를 수도권 등에 침투시키는 도발을 수차례 진행했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에 미사일을 쏘는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최근 북한에 추락한 채 발견된 무인기 사건과 관련, 정부 일각에선 북한의 과거 도발보다는 북한 주장에 먼저 주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25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엔 이 대통령이 “아주 오랫동안 잘 참은 것 같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발간한 ‘2025년 북한의 대내외 정책 평가:북한식 정상국가의 위험성’ 보고서에서 “북한에게 자신들의 대남·대외 인지전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면, 평양은 자신감을 토대로 더 교묘하고 거센 대결적 정책을 펼칠 수 있다”며 “이는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우리의 희망과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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