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을 써내서라도 서울 아파트를 거머쥐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경매 시장이 규제를 피해 돈이 몰리는 ‘투자 대피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3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07.8%를 기록했다. 이는 감정가가 10억원인 아파트가 실제로는 약 10억 7800만원에 팔렸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100% 선을 넘어선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이번 수치는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2년 6월(110.0%) 이후 무려 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매 시장에서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한 수요자들이 경매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전용면적 50.5㎡ 물건은 26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9억 3300만원)의 171.5%인 약 16억원에 낙찰됐다. 심지어 해당 물건은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1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 면적의 매매 시장 최고가인 14억원보다 2억원이나 비싼 금액에 주인을 찾았다. 재건축 이후의 미래 가치를 보고 층수와 무관하게 일단 낙찰받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셈이다.
이처럼 경매 시장이 과열된 핵심 원인은 정부의 규제 역설에 있다. 지난해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일반 매매로 집을 사려면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실거주가 필수지만 경매는 이 규제에서 자유롭다. 경매로 낙찰받으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해 실거주 의무가 없고 낙찰 즉시 전세를 놓는 ‘갭투자’가 가능하다.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에 막혀 내 집 마련이나 투자가 가로막힌 수요자들에게 경매 시장이 사실상 유일한 우회로가 된 셈이다.
대출 한도가 낙찰가가 아닌 감정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현금 동원력을 갖춘 투자자들이 대거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작구 사당동 사당우성아파트 3단지 전용 59.9㎡는 무려 49명의 응찰자가 몰리며 감정가 9억원보다 6억원 이상 높은 15억 1388만원대에 주인을 찾았다.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36.9㎡ 역시 감정가 대비 138.4%인 약 55억 3787만원에 낙찰됐다.
지지옥션 이주현 전문위원은 “매매 시장의 호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과거 시점을 기준으로 책정된 경매 감정가가 저렴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며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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