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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새 사무총장 선출, 칠레·아르헨 대결로 좁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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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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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출신 그로시, 현재로선 선두 달려
칠레·멕시코·브라질, 바첼레트 공동 추천
유엔 80년 역사상 첫 女 사무총장 나오나

안토니우 구테흐스(76)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연말이면 끝나는 가운데 유엔의 새 수장을 뽑기 위한 선거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도전을 공식화한 아르헨티나 출신 라파엘 그로시(65) 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게 미첼 바첼레트(74) 전 칠레 대통령이 도전장을 내민 모양새다. 사무총장 국적의 지역 안배를 중시해 온 유엔 관행대로라면 이번에는 중남미 국가에서 사무총장이 배출될 차례다.

 

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이 이끄는 칠레 정부는 이날 바첼레트를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정식 추천했다. 중남미 지역에서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브라질·멕시코 정부도 칠레와 함께 바첼레트 후보의 공동 추천자로 나섰다. 칠레 정부는 바첼레트를 가리켜 “유엔의 가치를 충실히 구현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왼쪽)과 아르헨티나 출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두 사람은 오는 2027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새 유엔 사무총장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AFP연합뉴스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왼쪽)과 아르헨티나 출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두 사람은 오는 2027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새 유엔 사무총장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AFP연합뉴스

바첼레트는 젊은 시절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1974∼1990년 집권)의 군사 독재에 저항했던 학생 운동가 출신이다. 칠레 민주화 이후인 1990년대에 좌파 정당 소속으로 정계에 투신해 보건부, 국방부 등 장관을 역임했다. 2006년 대통령에 당선되며 칠레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2010년까지 4년 임기를 수행하고 2014년 다시 대통령으로 뽑혀 2018년까지 총 8년간 대통령으로 일했다.

 

유엔과도 인연이 깊다. 칠레 대통령 퇴임 이후인 2018년부터 4년간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으로 활동한 경력이 대표적이다. 만약 유엔 사무총장이 된다면 유엔 80여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에 해당한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총회는 회원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새 유엔 사무총장으로 여성 후보의 지명을 강력히 검토해달라”고 권유했다.

 

다만 바첼레트는 인권 고등판무관 시절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유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직접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과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다.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일원으로 사무총장 선출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월29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년 1월1일 취임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는 12월31일 10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로이터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월29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년 1월1일 취임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는 12월31일 10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첼레트에 앞서 유엔 사무총장 도전을 선언한 그로시 후보는 아르헨티나 외교관으로 2019년부터 IAEA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IAEA 본부가 위치한 오스트리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가 자리한 벨기에에서 아르헨티나 대사를 역임하고, 앞서 유엔에서도 근무하는 등 국제사회의 인지도가 매우 높다. 현재 유엔 외교가에선 그로시가 모든 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바첼레트와 그로시 외에 여성인 레베카 그린스판(70) 전 코스타리카 부통령도 유엔 사무총장 도전 의사를 밝혔다. 다만 바첼레트와 그로시에 비해선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사실상 안보리에서 결정하고 총회가 이를 추인하는 구조다.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미국·영국·중국·프랑스·러시아) 가운데 어느 한 나라만 반대해도 사무총장으로 뽑힐 수 없다.

 

선출 과정에선 대륙별 안배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 현재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서유럽 및 기타 4개의 지역 그룹이 존재한다. 가나 출신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1997∼2006년 재임), 한국 출신 반기문 전 사무총장(2007∼2016년 재임), 그리고 포르투갈 출신 구테흐스 현 사무총장(2017년∼ )에 이어 이번에는 중남미 국가에서 사무총장이 탄생할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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