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면제·연계도로 구축 등 명시
배후엔 첨단산단 키워 물류 확보
‘지역 주도 성장’ 새 장 마련 기대
市, 로봇 등 미래산업 중심 재편
20년간 1인 총생산 8.4배 청사진
영·호남 잇는 ‘달빛철도’ 구상도
1981년 분리됐던 대구시와 경북도를 하나로 묶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례 조항이 담긴 특별법이 발의되면서 통합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대구시는 경북도 및 지역 정치권과 협의해 통합 특별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4일 대구시에 따르면 여야가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발의한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 차례로 상정될 예정이다. 6·3 지방선거 일정 관련 공직 사퇴 시한은 선거일 전 90일인 다음달 5일로 규정돼 있어 이달 안으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첫 통합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한 뒤 7월1일부터 ‘통합 지방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다.
시는 통합에 따른 부수 효과로 지역의 숙원사업이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규제프리존이나 투자진흥지구 지정 권한 등이 특례 조항에 포함돼 기업 유치를 촉진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통합 인센티브를 신공항에 투입해 인프라 확충 등을 도모한다면 대구·경북의 경제와 산업, 물류와 관광의 혁신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통합 법안 335개 조항 명시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안 명칭은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다. 편제는 총 7편, 17장, 18절 335개조로 구성됐다.
대구시가 공개한 특별법안에는 대한민국 최대 면적 도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부시장을 정무직 국가공무원 2명과 정무직 지방공무원 2명 등 4명으로 늘리고, 다른 지자체의 재정 수입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광역통합교부세’를 신설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도시·개발 분야에는 특별건축구역(용적률, 높이 제한 등 특례 부여) 지정 권한과 분양가 상한제 및 조정대상지역 지정 권한도 행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교육·문화 분야는 특별시장·교육감이 중앙부처 동의 없이 특목고와 자율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학 설립, 지도·감독, 학생 정원에 관한 권한도 갖도록 했으며 국제인증교육과정(IB) 운영을 교육감이 지정하고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는 단순한 물리적 통합이 아닌 규모의 경제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지향하고 있다. ‘5극 3특’ 성장엔진과 연계한 인공지능(AI)·로봇·바이오·미래모빌리티·항공·방산 등 첨단 미래산업 중심으로 성장구조를 전환하고 대구·경북특별시를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특별시로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시는 지난달 26일 구성한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이 국회 입법 절차를 적극 지원하고, 시·군·구와 시·도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행정통합 입법에 최대한 반영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뿐 아니라 광주·전남, 대전·충남 등 여야를 넘어 다른 시·도와 전방위적으로 협력해 특별법안의 원활한 국회 통과와 대구·경북특별시의 출범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45년 지역내총생산 8.4배 증가
대구시는 행정통합이 지방소멸 시대에 ‘지역 주도 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시는 행정통합으로 단순한 인구 감소 완화나 점진적 성장 수준이 아니라 산업·일자리·정주 여건 전반에서 구조적 변화를 기대한다. 대구는 현재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32년째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경북은 22개 시·군 중 17곳이 낙후도 1~2등급으로 분류돼 쇠락하고 있다. 이런 위기를 행정통합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돌파하겠다는 게 대구시 목표다.
대구정책연구원이 2024년 10월 행정통합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통합 이후 획기적 특례 및 권한이 확보되면 신공항·풍부한 에너지·수자원 등 성장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업 유치가 활발해져 2024년 178조5000억원인 GRDP는 20년 후인 2045년 1511조7000억원으로 8.4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는 2024년 269만개에서 773만개로 2.8배, 사업체 수는 61만개에서 236만개로 3.8배, 인구는 491만명에서 1250만명으로 2.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 측은 서울이 현 추세대로 성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2045년 대구·경북특별시 위상은 서울 대비 인구는 1.4배, 일자리는 1.5배, 사업체 수는 1.4배 수준, GRDP는 1.3배 수준까지 늘어나게 된다고 추산했다. 박양호 대구정책연구원장은 “정부의 5극3특 체제에 맞춰 통합을 선도해 연간 최대 5조원의 재정 지원이라는 정책 효과를 선점해야 한다”며 “‘이게 되겠느냐’는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꼭 되도록 하겠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일극서 ‘지역 주도 성장’ 재편
행정통합은 인구와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몸집을 키우자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지역이 주도하는 발전 모델을 마련하자는 게 핵심이다. 대구·경북특별시는 신공항을 통해 ‘하늘길’을 열고, 동해안을 통한 ‘바닷길’도 확보할 수 있어 자생할 수 있는 조건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별법안에는 신공항과 관련 후적지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군 공항 이전 사업과 관련해 국가가 포괄 보조금 등의 국가 재정지원 활용, 투자 심사 및 타당성 조사 면제 등이 가능하게 했다. 또 국가기간교통망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신공항과 주변 도시 연결도로·철도 등을 국가가 우선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구시는 신공항 배후 첨단산업단지에 항공 물류를 활용해 반도체·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첨단 관련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통해 글로벌 산업단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이 대구·경북특별시에 둥지를 틀면 항공 수출 물류의 98.2%를 차지하는 인천공항의 독점구조를 깨고 신공항이 30% 정도를 담당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영호남을 잇는 달빛철도까지 개통하게 되면 ‘거대 남부경제권’이 형성된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행정통합을 통해 대구·경북 미래 100년을 준비하고, 신공항과 취수원 등 현안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정부의 재정지원, 지속성·포괄성 담보돼야”
“저출생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 소멸 위기와 국토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김정기(사진)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같이 잘 사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4월 사퇴한 뒤 10개월째 행정부시장으로서 시장 권한대행을 맡아 왔다.
지난달 1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강력한 행정통합 인센티브를 제시했을 때만 해도 대구시가 통합을 재추진할 것이란 기대를 하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통합 추진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단체장이 없는 데다 권한대행이 ‘모험’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을 깨고 김 권한대행이 통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자 일각에선 정책 결정에 있어 정치적 해석이나 갈등 요인이 없는 공직자인 탓에 오히려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권한대행은 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행정통합은 홍 전 시장 임기 중 실시한 시·도민 여론조사에서 대구시민이 압도적으로 찬성했고, 시의회 동의도 있었으나 정부 권한 이양과 재정 특례에 대한 약속이 없어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며 “이재명정부에서 ‘5극3특’ 균형성장의 돌파구로 행정통합에 대한 과감한 권한 이양과 재정 특례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북도와 행정통합을 ‘선(先) 출범, 후(後) 협의’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통합지자체장 선출을 먼저 하고 구체적인 기능 조정 등은 향후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김 권한대행은 “통합지자체장이 선출되면 이 부분은 500만 시·도민 공통의 이익을 갖고 민감한 부분을 조정해 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정부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통합지자체가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지방선거에서 통합지자체장을 선출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는 “선거구 획정 전인 이달 내 통합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권한대행은 시·도 통합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출범 초기부터 정부의 선제적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며, 지속성과 포괄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재정지원과 과감한 권한이양 등 정부가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진정성 있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미래를 위해 정부와 국회, 다른 시·도 등과 긴밀히 협력해 민선 9기에 통합지자체가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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