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기가 새라고 했다.
구구구구, 덧붙였다. 같이 한잔 하자고 했다. 내 친구가 죽었거든, 구구구구.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손피켓과 깃발이 빼곡한 행렬 가운데 그는 서 있었다. 구구구구. 작지도 크지도 않은 목소리로 오른편과 왼편을 골고루 돌아보며 구구구구, 말을 걸었다. 이봐, 너무 빨리 걸을 거 없어. 장거리 싸움일 걸 알잖아, 구구구구. 말이 늘어날수록 옆 사람은 더 빠르게 사라졌다. 그는 혼잣말을 했다. 신경 쓸 것 없다.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새가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그는 주머니에서 죽은 새를 꺼내 살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아하는구나. 구구구구, 죽은 새가 노래했다.
마음을 사용하면 죽은 새를 들을 수 있었다.
마음을 사용하면 죽은 이와도 계속 친구로 남을 수 있었다.
(하략)
새와 친구가 된 사람을 떠올린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피켓과 깃발이 빼곡한 광장에 그는 서 있다. 어떤 재난이 친구의 목숨을 앗아간 것일까. 새와 친구가 된 사람은, 아니 일찍이 새가 된 그는 죽은 친구를 불러내어 살살 쓰다듬거나 친구가 부르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곤 한다. 구구구구.
이런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시는 넌지시 가르쳐 준다. “마음을 사용하면” 된다고. 마음을 사용하면 사람은 새가 될 수 있으며, 새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죽은 새를 위해 울 수 있다. 죽은 새에게 “강변에 살자는 이야기가 담긴 자장가”를 불러줄 수 있다. 구구구구.
마음이란 무엇인가. 기꺼이 새가 되는 마음. 북극곰이 되고 바다거북이 되는 마음. 지렁이가 되는 마음. 지렁이가 온몸으로 기어간 젖은 보도블록이 되는 마음. 내가 너의 손을 잡는 마음. 내가 너인 마음. 그런 마음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큰 소리로 노래하고 싶다. 구구구구.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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