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통령 무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
나토 정상회의에 대통령 대신 총리 참석
최근 극우 성향 정당들이 연립내각을 꾸린 체코에서 장관이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협박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과 내각 간의 반목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정 위기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체코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페트르 파벨 대통령이 페트르 마친카 외교부 장관한테 협박을 당한 사실을 공개한 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정국이 극도의 혼란을 빚고 있다. 파벨 대통령은 중도 성향인 반면 마친카 장관은 극우 정치인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가 이끄는 우파 포퓰리즘 연립정부에 속해 있다. 파벨 대통령은 2023년 대선 당시 경쟁 후보인 바비시 총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 1월27일 파벨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마친카 장관이 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마친카 장관은 파벨 대통령에게 필리프 투레크 운전자당 명예의장을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하라고 다그쳤다. 운전자당은 긍정당(ANO), 자유직접민주주의당(SPD)과 더불어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다.
마친카 장관은 스스로 ‘협박’이란 표현까지 써 가며 파벨 대통령한테 “정치는 타협의 문제”라고 윽박질렀다. 투레크 의장의 환경장관 임명안을 이틀 안에 재가하라고 시한을 정해주면서 “서명 한 번이면 된다”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앞서 바비시 총리는 투레크 의장을 외교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파벨 대통령은 투레크 의장이 ‘네오 나치’란 비판을 들을 만큼 극우 색채가 짙은 데다 인종 차별 혐의로 수사까지 받고 있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부처를 환경부로 바꿔 파벨 대통령에게 다시 임명안을 들이밀며 재가를 강요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수도 프라하에선 파벨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 수만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극우 성향 바비시 총리와 그의 내각을 규탄하며 “우리는 대통령과 함께한다”고 외쳤다.
체코는 의회가 선출한 총리와 그의 내각이 정국 운영을 주도하는 의원내각제 헌법을 갖고 있다. 그런데 통상의 내각제 국가와 달리 대통령의 권한이 제법 강하다. 국민 직선으로 뽑힌 대통령은 의회가 다수결로 통과시킨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총리가 제청한 장관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하지 않음으로써 내각 입성을 막는 것도 가능하다. 그 때문에 체코는 프랑스 제5공화국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적당히 나눠 갖는 이원집정제 국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파벨 대통령의 잇단 국정 제동에 뿔이 난 내각은 보복에 나섰다. 당장 오는 7월 튀르키예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파벨 대통령 대신 바비시 총리가 체코를 대표하기로 했다. 그간 체코는 나토 정상회의에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와 관련해 마친카 외교장관은 “파벨 대통령이 내각 각료 임명 과정에서 헌법의 틀을 벗어났다”며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교부는 대통령을 무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친카 장관은 이어 “국가 외교 정책을 수립할 책임은 내각에 있다”는 주장도 폈다. 헌법상 대통령과 내각의 권한이 각각 어디까지인지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조짐이 엿보인다. 체코 헌법상 의회는 ‘대통령이 헌법을 어겼다’고 판단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양원제 국가인 체코는 상원이 탄핵소추, 하원이 탄핵심판을 각각 담당하는데 여러 여건상 대통령 탄핵이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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