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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0원짜리가 5만원? ‘두쫀쿠’가 뭐길래”…영하권 추위 뚫은 오픈런의 정체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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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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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위 속 새벽 5시부터 장사진 이룬 소비자들, ‘두바이 쫀득롤’ 사려 밤샘 대기까지
정가 4배 넘는 웃돈 거래에도 “없어서 못 팔아”…유통업계 점령한 디저트 리셀 테크
피스타치오 가격 1년 사이 84% 폭등에 공급난 심화해, 당분간 ‘품절 대란’ 지속될 듯

“솔직히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좀 오더라고요. 고작 빵 한 조각 먹겠다고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싶고.”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열풍이 이어지며 스타벅스가 지난 30일부터 6개 매장에서 두바이 쫀득롤 판매를 시작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 시민이 두바이쫀득롤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새벽 5시 30분, 서울 종로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 두꺼운 롱패딩에 핫팩으로 무장한 직장인 김모(32) 씨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 남은 칠흑 같은 어둠 속이지만, 김 씨 앞에는 이미 10여 명의 사람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요. 김 씨는 “어제는 출근길에 8시쯤 들렀다가 ‘품절’ 안내판만 보고 돌아갔다”며 “오늘은 아예 새벽같이 나와 17번 번호표를 받았다. 여자친구에게 점수 따기가 이렇게 힘들다”며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영하권의 강추위도 녹이지 못한 이 뜨거운 열기,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편의점 휩쓸더니 이젠 카페 점령…‘두바이 유니버스’의 확장

 

식을 줄 알았던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해를 넘겨 2026년 벽두부터 다시 타오르고 있다. 이번 전장은 편의점이 아닌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30일 두바이 초콜릿 쿠키의 식감을 살린 롤 케이크 ‘두쫀롤’(두바이 쫀득 롤)을 출시했고, 투썸플레이스도 같은 날 ‘두초생’(두바이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을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2024년 7월 국내 첫 상륙 이후 편의점에서만 연간 200억원 이상의 물량을 팔아치운 ‘두바이 디저트’가 이제 하나의 장르로 굳어진 모양새다. 특히 스타벅스는 서울 내 6개 특화 매장에서만 하루 44개 한정으로 판매하는 ‘극소량 전략’을 택해 소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매장 오픈 1~2시간 전부터 대기 줄이 형성되는 진풍경이 연일 연출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새벽 6시 20분에 도착해 간신히 샀다”, “눈앞에서 44개가 끊겨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무용담과 하소연이 섞인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돈 냄새 맡았다”…기형적인 리셀 시장의 그늘

 

문제는 이 열기를 악용하는 ‘되팔이’(리셀러)들이다. 순수하게 맛을 보고 싶은 소비자들의 간절함을 인질 삼아 폭리를 취하는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는 출시되자마자 ‘두쫀롤’ 판매 글이 쇄도했다. 정가는 개당 7200원이지만, 거래 희망가는 3만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치솟았다. 무려 4배가 넘는 가격이다.

 

한 판매자는 “새벽부터 줄 서서 구한 거라 네고(가격 흥정)는 없다”며 배짱을 튕기기도 했다. 투썸플레이스의 ‘두초생’ 역시 정가보다 1~2만원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리셀 테크’(리셀+재테크) 열풍과 무관치 않다.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열풍이 이어지며 스타벅스가 지난 30일부터 6개 매장에서 ‘두바이 쫀득롤’ 판매를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시민들이 구매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베스트투자증권 전망치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리셀 시장 규모는 약 2조80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한정판 운동화나 명품을 넘어, 이제는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까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량 못 푸는 진짜 이유…‘금(金)스타치오’ 쇼크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왜 이렇게 물량을 찔끔 푸느냐”며 불만을 터뜨리지만, 업계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품절 대란’ 유도가 아닌 원재료 수급 자체가 비상이기 때문이다. 핵심 재료인 피스타치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피스타치오 수입 단가는 톤당 약 2800만원 수준이다. 불과 1년 전인 2025년 1월(약 1500만원)과 비교하면 84%나 폭등했다. 기후 변화와 물류 대란이 겹치면서 ‘금스타치오’라 불릴 만큼 귀한 몸이 된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뛴 상황에서 섣불리 생산 라인을 대폭 늘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카다이프면 등 다른 부재료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당분간 공급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결국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줄을 서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웃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디저트 난민’ 신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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