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전격 제안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필승 카드’라는 합당 찬성론과 중도 확장성을 저해하고 당내 균열을 야기한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장기적 이득…가능한 빠르게 합당해야”
정 대표는 1월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와 합치자. 이번 6·3 지방선거로 같이 치렀으면 좋겠다”며 혁신당을 향해 깜짝 제안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 지방선거의 승리가 시대정신”이라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다르지 않다. 6·3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내 합당 찬성파는 선거 전략 측면의 실익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4개월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표 분산을 막을 수 있고, 향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지역구 후보 단일화나 연동형 비례대표 등을 둘러싼 소모적 협상 과정을 줄여 전술 운용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실익이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총선 국면을 생각하면 이득”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주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할 수 있다면 가급적 빨리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운동장을 크게 봐야 한다”며 “저희는 조금 더 오른쪽으로 가면서, 왼쪽은 조국혁신당보다 더 왼쪽인 정당들이 활성화되는 게 전체 운동장이라고 보면 맞다”고 말했다. 5선 중진의 박지원 의원 역시 “더 큰 승리를 위해서 같이 가는 것이 좋다”며 “합당이 무난히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선거에서도 실익 없어…중도 확장 저해”
반면 합당의 실익이 불분명하다는 반론도 적잖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선거 판세를 두고 “지금 이렇게 합당한다고 대구·경북이 바뀌나, 서울·경기가 바뀌나. 바뀌지 않는다면 확실한 명분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그 명분이 뭔지 정 대표가 답해야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중도 확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경기권 초선인 김남희 의원은 “이재명정부는 중도 보수까지 끌어안는 확장적인 정부를 지향하는데, 합당 시 기존 공식에 따라 ‘보수 대 진보’ 진영 대결이 되기 때문에 중도 또는 2030 표심이 민주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가 당 지도부와의 협의 없이 합당 제안을 기습 발표하며 당내 내홍은 확산하는 형국이다. 비당권파인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정 대표의 합당 제안 다음 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정 대표의 독선적 당 운영”이라며 반발했고, 이 최고위원은 정 대표의 발표를 “날치기”로 규정하며 재신임 투표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논란은 정 대표와 조국 대표가 당권·대권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는, 이른바 ‘밀약설’로까지 번졌다. 1월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한 국무위원이 민주당 의원에게 “밀약? 타격소재”, “밀약 여부 밝혀야”, “당명 변경 불가 나눠먹기 불가”라고 보낸 메시지가 포착됐다. 이에 비당권파로 알려진 해당 의원은 “네. 일단 지선(지방선거) 전에 급히 해야 하는 게 통(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잠복했던 계파갈등 표출…차기 당권경쟁 가속화
정 대표는 “사전에 충분히 공유드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합당 제안 다음 날 사과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 전에 시간상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사과할 각오로 제안했다”며 합당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이번 사태가 차기 당권경쟁과 맞물리며 계파갈등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당내 계파 갈등은 그 뿌리가 얕지 않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맞추는 ‘1인 1표제’ 논란 당시부터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에는 이미 균열의 조짐이 있었다. 잠복해 있던 갈등의 골이 합당이라는 대형 변수를 만나 수면 위로 터져 나온 셈이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는 1월27일 유튜브 삼프로TV에서 “나는 오래된 원칙적인 민주 대통합론자”라면서도 “이 시점에 그런 방식으로 제기돼 논란”이라며 비판했다.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한준호 의원도 다음 날 “이해당사자가 이렇게 많은 상태에서 진행하게 되면 많은 의혹들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합당’에 민주당원은 긍정, 중도층은 냉랭
민주·혁신당의 합당 추진을 두고 여론은 정치 성향에 따라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1월27~29일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당 합당을 ‘좋게 본다’고 답한 비율은 28%에 그친 반면, 40%는 ‘좋지 않게 본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도층에서도 긍정 28%, 부정 40%로 전체 응답 현황과 유사했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선 긍정(48%) 답변이 부정(30%) 답변을 크게 앞질렀다.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합당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원 지지를 기반으로 합당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정 대표의 리더십은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합당 논란이 이재명정부 집권 초기 국정을 뒷받침하는 대신 권력 지형 변화에 치중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당원 호응도가 낮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느 쪽이든 여권 내 차기 당권을 향한 권력투쟁의 시간표는 한층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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