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메이커(트레이시 슈발리에, 박현주 옮김, 소소의책, 2만1000원)=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신작 소설이다. 르네상스가 한창인 1486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인근에 있는 유리의 섬인 무라노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은 무라노의 유리공예 가문에서 태어난 여성 오르솔라 로소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어느 날 유리공방에서 일어난 사고로 아버지가 숨지고, 오르솔라는 가문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유리구슬 제작법을 익힌다. 유리 제작이 남성에게만 허용됐던 시절, 관습과 차별을 이겨내고 열정적이고 독창적인 공예가로서 인정받기까지 오르솔라의 눈물겨운 싸움과 뭉클한 사랑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이명호·이은주 등, 민음사, 2만2000원)=덕수궁 선원전 터에는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 온 한 그루의 회화나무가 있다. 국가유산청의 궁궐 복원사업을 기록하러 현장을 찾은 사진가 이명호는 아트펜스 설치를 위해 선원전 터를 둘러보다 우연히 이 나무를 보게 됐다고 한다. 한때 고사 판정을 받아 꽃도 잎도 피우지 못한 채 ‘죽은 나무’로 기억되던 존재가 어느 날 몸통에서 새싹을 틔우며 되살아났다는 사연은 사진가의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 책은 그 응시에 대한 답이다. 이명호의 사진 작업을 중심으로 건축, 문학, 미술, 법률, 생태,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엮은 이 책은 ‘도시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독창적인 응답을 제시한다.
길냥이로 사회학 하기(권무순, 오월의봄, 2만4800원)=길고양이를 통해 새로운 정치사회학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책으로, ‘에세이·사진집·회고록·학술서’ 형식이 아우러져 있다. 저자는 고양이와의 첫 만남,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 현장 연구 과정, 그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길고양이의 사연 등을 풀어놓은 후 책의 핵심 소재인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저자는 길고양이를 둘러싼 과학적 논쟁, 행정 정책, 시민 갈등, 활동가의 실천을 하나의 연결망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인간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길고양이와 같은 ‘비인간’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 만날까(최영희, 곽수진 그림, 창비교육, 1만4000원)=동화 작가 최영희의 SF 동화 여섯 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작품에는 인간과 다양한 지성체(지능과 인식을 지닌 존재)가 동물·식물, 곤충은 물론 물과 빛, 땅, 돌멩이까지 서로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는다. 지구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미래에서 온 ‘걷는 나무’는 인간이 놓은 덫에 끼어 위험에 처하지만 학원을 땡땡이치고 길고양이를 보러 간 중학생을 만나 위기를 극복한다. 심해연구소에서 일하던 생물학자 미라는 평행 지구 속 거대한 생물 도시로 휩쓸리며 문어인 아이리스와 만나기도 한다. 우리의 주변 환경으로만 여겨졌던 여러 존재의 목소리를 이야기 주체로 등장시켜 넓고 유연한 사유와 상상을 제안한다.
사뮈엘의 일기(에밀리 트롱슈, 이재원 옮김, 길벗어린이, 1만7000원)=초등학교 마지막 학기와 중학교 첫 학기를 보내는 소년 사뮈엘은 쥘리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쥘리는 사뮈엘이 라이벌로 여기는 디미트리와 공개 연애를 시작하고, 이를 지켜보는 사뮈엘은 속이 뒤틀린다. 그런 와중에 사뮈엘은 베레니스라는 다른 여자아이에게 고백을 받는데, 이를 거절하자 베레니스의 복수 아닌 복수가 펼쳐진다. 어린이로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사춘기 소년의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이 작품의 원작은 에밀리 트롱슈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프랑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사뮈엘’이다.
운동장은 사라졌지만(박효미, 이나무 그림, 여름꽃, 1만4000원)=가족운동회를 앞둔 어느 가을 아침, 운동장이 동그랗게 꺼져 있었다. 전교생 11명인 작은 분교에서 6학년 아이들을 중심으로 열심히 운동회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운동회 연습을 핑계로 늘 승부가 갈리던 운동장이 꺼지며 드디어 멈춤의 시간이 생겼다. 멈춤은 회복의 시간, 생각할 여백을 만들어준다. 아이들은 드디어 자기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를 갖는다. 이 동화는 한 번쯤 넘어져 보는 것,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그게 성장이고 삶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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