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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기쁨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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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마음의 습관이자 주의력의 결과물
우울증은 슬픔의 과잉이 아닌 기쁨의 결핍

헤르만 헤세는 ‘황야의 이리’에서 이렇게 썼다. “순간을 사는 법을 아는 사람, 그렇게 현재에 살며 상냥하고 주의 깊게 길가의 작은 꽃 하나하나를, 순간의 작은 유희적 가치 하나하나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인생은 상처를 줄 수 없는 법이다.” 이 문장은 고통 없는 삶을 약속하는 낙천주의자의 말이 아니다. 살면서 고난을 피해 갈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음미할 줄 아는 사람에겐 상처가 끝내 그를 지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종종 “왜 태어났는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의미 있는가?” 같은 거대한 질문 앞에서 길을 잃는다. 답을 찾으려고 애쓸수록 더 막막해진다. 이럴 땐 질문을 바꿔보자. “어떻게 하면 기쁨으로 하루를 채울 수 있을까?”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기쁨은 행운처럼 찾아오는 게 아니다. 훈련해야만 알아차릴 수 있는 감정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쁨은 마음의 습관이자 주의력의 결과물이다.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해 위험을 먼저 포착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작은 기쁨은 알아채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기쁨을 포착할 수 있는 눈이 먼저 열려야 한다. “기분 좋은 일이 생겨야 기쁨을 느낄 수 있어!”가 아니라 “순간순간 솟는 기쁨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가 삶을 밝히는 출발점이다.

기쁨 훈련을 해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오늘 하루 나를 기분 좋게 만든 장면을 적고, 그 옆에 기쁨 점수를 매기면 된다. 객관적일 필요는 없다. 3점이든 9점이든 마음 가는 대로 주면 된다. 탕비실에서 모닝커피 뚜껑을 여는 순간 올라오는 순간의 향기(6점), 점심 뒤 햇볕이 남아 있는 골목길을 걷는 느낌(5점),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어깨를 쫙 펴는 짧은 의식(3점), 귤껍질을 벗길 때 코끝을 채우는 향(7점), 세상이 금빛으로 물드는 골든아워(4점), 세탁기에서 막 꺼낸 수건의 따뜻함(6점), 헤드폰을 끼고 좋아하는 곡의 전주가 시작될 때의 설렘(8점), 밤에 스탠드 불을 켜고 책장에서 좋아하는 문장이 담긴 책 꺼내 읽는 시간(9점). 하루가 끝나면 이 숫자들을 모아 합산해 보자. 이 점수는 성적표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어제보다 오늘의 기쁨이 적었다면 “내일은 어떻게 1점을 더 보탤까?”라고 궁리해 보자.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이들은 시차 속에 산다. 몸은 오늘을 살지만, 마음은 내일의 불안과 어제의 회한을 오가며,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놓친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면 불안은 더 요란해지고 우울은 깊어진다. 우울증은 슬픔의 과잉이 아니라 기쁨의 결핍이다.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는”(고린도후서 6:10)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내 삶은 왜 이렇게 암울할까?”라는 고민에 빠지지 말고 “기쁨 점수를 어떻게 올려볼까?”라고 생각을 바꿔보자. 그 1점이 아주 작아도 괜찮다. ‘이렇게까지 점수를 매겨야 하나?’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바로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쁨을 발견하는 것이 이 훈련의 핵심이다.

러시아의 종교 철학자 니콜라이 베르댜예프는 “삶은 꽤나 지루하고 답답하며 평범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냉소가 아니다. 삶이 원래 지루하고 평범한 것이라면, 우리가 특별한 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살아서는 안 된다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기쁨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순간에서 피어난다. 기쁨은 은은한 등불이다. 전광판처럼 번쩍이지 않는다. 작아서 자주 지나치지만, 그 희미한 빛들이 모여 진짜 삶을 만든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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