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보다 2.5배 넘는 비용 더 들어
“月 4만원 이상… 정부 바우처론 부족해”
李대통령 비싼 생리대 가격 문제 지적
‘공공재’ 논의 속 장애인 “현실 반영해야”
임신·출산 금기시하는 부정적 인식에
2010년대까지 시설선 강제 불임 시술
아이 낳아도 얼굴 한 번 못 보고 빼앗겨
장애인 낙태 정당화 ‘모자보건법 14조’
재생산권 침해 조항… “즉시 폐기돼야”
발달장애인 동생을 돌보는 언니 이진아(가명·28)씨는 정부의 생리대 비용 바우처 사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씨 동생의 인지 능력은 미취학 아동 수준이다. 손발 움직이기가 어려워 활동에 도움이 필요하다. 이씨는 “(동생이) 스스로 생리를 한다는 인식이 없어서 입는 생리대가 필요하다”며 “생리혈이 잘 새 자주 갈아 많이 쓴다”고 했다.
장애여성들은 신체 특성상 ‘입는 생리대’가 필요하다. 비싸다고 지적된 일반 생리대보다 더 비싸다. 27일 장애여성들에게 생리대 무상 지원 사업을 하는 사단법인 희망씨에 따르면 장애여성의 생리 비용은 한 달 평균 4만원 이상 든다. 희망씨 관계자는 “현행 지원책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패드형을 기준으로 측정돼 있다”며 “그 외 형태를 사면 1팩에 1만5000원 정도 드는데,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한 달에 2∼3팩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2.5배 넘는 비용이 드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차례 생리대 가격을 언급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장애인들은 비용뿐만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생리대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지적했다. 이후 성평등가족부는 여성청소년 생리대 비용 지원 사업의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연간 16만8000원을 바우처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지적에 기업도 11년째 동결된 가격을 깨고 반값 수준의 ‘중저가 생리대’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생리대 가격을 언급하면서 “비싼 이유가 원가가 아니라 유통구조 때문이더라”라며 “유통비용이 50%라고 하는데 전체 산업 개혁과제로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성남시장 시절 이 대통령은 ‘생리대를 수도나 전기처럼 공공재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장애여성들 “재생산권 침해 일상”
생리대는 ‘공공재’로, 월경을 비롯한 재생산권(생식과 관련된 모든 결정을 자유롭게 내릴 권리)은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현실은 멀다”고 말했다. 장애인에게는 임신과 출산 자체가 금기시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현행 모자보건법 14조는 장애 여성들의 재생산권을 침해한 대표적 조항으로 꼽힌다.
‘위헌 판단’ 이전까지 임신 중절 수술은 형법 제269조(낙태죄)에 따라 불법이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다. 장애인이면 낙태할 수 있고, 의사 결정 능력이 없으면 본인 동의 없이 임신 중절 시술이 이뤄질 수 있었다. 모자보건법 14조 1항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를 명시한다. 또 3항은 ‘심신장애로 의사를 표시할 수 없을 때 친권자나 후견인·부양의무자 동의로 임신 중절 시술에 대한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고 한다.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월 ‘우생학적 관점으로 장애인 임신중지를 강요하는 모자보건법 제14조 개정 토론회’에서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를 차별해 장애와 질환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킨다”면서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 제1호는 즉시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낙태와 관련한 형사법이 대안 입법될 때 ‘장애’가 낙태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사유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애 여성들은 월경과 임신 경험이 자신의 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고 했다.
진은선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생리를 시작하면 ‘뭣 하러 하냐, 애는 왜 낳느냐’ 이런 말을 듣는다”며 “함께 생활하는 활동지원사가 ‘더럽고 불편한데 하지 않을 수는 없냐’고 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장애 여성들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리를 용이하게 하려고 최소한으로 먹고 호르몬 약도 투여한다. 심한 저체중을 유지하다가 시설을 나오고 자립한 뒤 생리를 시작하는 여성 장애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장애인 ‘재생산’ 터부, 강제 불임으로
시설에서 장애인을 상대로 한 강제 불임 시술은 2010년대에도 이뤄졌다.
전남 무안에 있는 노숙인 거주시설 ‘동명원’에서 25년을 생활한 김은지(가명·49)씨는 그곳에서 임신한 후 루프 시술을 받았다. 루프 시술은 자궁 안에 구리 고리를 삽입해 임신을 막는 피임법이다. 2009년 김씨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시설 관계자들은 김씨에게 낙태를 권유했다. 김씨는 “임신 7개월이 지난 상태라 아이를 지킬 수 있었다”며 “그런데 병원에서 얼굴 한 번 보지도 못하고 빼앗겼다”고 말했다. 아이는 아동시설로 넘겨졌다.
장애 여성의 임신은 ‘사고’였다.
김씨의 출산 이후 시설 여성들에 대한 통제는 강화됐다. 김씨는 아이를 낳고 돌아온 이튿날 동명원에 있던 다른 장애여성 8명과 병원에 갔다고 기억했다. “봉고차에 나눠 타고 다같이 병원에 갔다. 그중 한 사람은 너무 말라서 시술을 못 했고 나머지는 다 했다”고 그는 말했다. 어떤 시술을 받는지, 부작용이 무엇인지 설명은 없었다. 이후 남성들과 접촉을 못 하게 한다는 이유로 여성들이 지내는 방 문에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자물쇠가 채워졌다. 김씨는 “남자들한테는 조심하라고 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만 그렇게 했다. 당시에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루프 시술 사실은 뒤늦게 알게 됐다.
김씨의 동명원 퇴소를 도운 이기림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 동행 활동가는 “또 다른 동명원 피해자의 조기 폐경 과정에서 시술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전형적인 루프 부작용인 자궁유착이 발생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활동가는 피해자와 비슷한 시기에 동명원에서 함께 지낸 김은지씨를 찾아 부인과로 데려갔다. 김씨도 시술 7년 만에 루프를 제거할 수 있었다. 김씨는 “가장 바라는 것은 ‘동명원이 사라지는 것’이고, 아이가 원한다면 같이 살고 싶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목포 동명원 부랑아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을 의결했다. 다만 진실화해위가 규명하는 사건의 범위가 1992년 이전 사건이라 2010년 발생한 강제 불임 문제 조사는 한계가 있었다.
김씨의 고발 이후 동명원은 시설장을 바꿔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전남 목포시로부터 받은 동명원 입소자 명단에 따르면 김씨가 불임 시술을 받은 2010년 동명원에서 지낸 여성 장애인은 총 11명이었다. 이들 중 2명은 여전히 동명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씨의 고발 이후인 2018년과 2022년 동명원 측은 이들 몸 안의 피임기구를 제거했다. 김씨가 함께 병원에 갔다고 기억하는 8명 중 나머지는 퇴소해 행방을 추적해야 하거나 이미 사망해 루프 시술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장애여성공감·역사문제연구소·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은 다음달 강제불임대책위 출범하고 시설 등에서 일어난 강제 불임·낙태 피해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 활동가는 “피해자를 찾아 의료 지원을 할 예정”이라며 “등록 장애인의 인적사항이나 시설 사용 내역 등을 가지고 있는 복지부가 나서서 직권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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