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19일 ‘2026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특이한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보고대회였지만 국민에 대한 보고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함께 성장하는 공정한 시장환경 조성’을 목표로 대·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 해소, 민생 밀접 분야의 공정경쟁 확산, 디지털 시장의 혁신 생태계 조성, 대기업집단 규율과 혁신 인센티브 등 4대 핵심과제를 선정하였다.
이번 업무보고를 살펴보면 중점적인 조사가 예상되는 분야는 먼저 산업재해가 빈발한 하도급·가맹 분야에서 안전비용을 전가하는 내용의 부당 특약과 인공지능(AI) 기반 시설(인프라) 분야에서의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 기술 탈취, 가맹 분야의 신유형 불공정행위(모바일 상품권 수수료 전가 행위, 고금리 대부업과 결합한 불공정행위 등)이다.
공정거래법 분야에서는 민생 밀접 4대 분야(식품, 교육, 건설, 에너지) 담합, K방산·AI 활용 등 신성장산업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 개선, 디지털 시장 및 배달 애플리케이션·대리운전 분야 등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 금융·민생 밀접(식품, 의료 등) 분야의 부당 내부거래 집중 감시가 예상된다.
소비자 분야에서 공연·스포츠 티켓 예매, 예식장 분야의 불공정 약관 조항, 생성형 AI 등 구독경제 분야의 다크패턴(소비자의 착각, 실수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할 의도로 온라인 업체가 설계한 사용자 환경·디자인) 및 ‘AI 워싱’(실제 AI와 별 관련이 없거나 관련성이 적음에도 마치 AI 기술 중심인 것처럼 기업이나 제품을 과장하거나 거짓으로 홍보) 행위, AI를 이용한 허위·과장 광고, 온라인 쇼핑 시장의 가격 표시 왜곡,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개인정보 유출 및 손해배상 범위 제한과 관련된 불공정 약관 등이 중점 점검 대상이다.
각종 제도·정책의 개선사항을 보자면 하도급 분야에서 납품 대금-원가 연동제 적용 대상을 ‘주요 원재료’에서 ‘에너지’로 확대, 손해배상 활성화를 위해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 △공정위 조사자료 법원 제출 의무화 △가해 기업 대상 입증책임 부여 제도 등이 추진된다.
또한 소규모 사업자의 단체행동과 노동조합·노무제공자·노동자 등의 단체행동에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를 추진하고, 가맹본부-점주 간 대등한 협상을 위해 협의 의무화 등 협상권을 보강하는 한편 대리점주·하도급 기업의 결속력 강화를 위한 단체구성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 분야에서 불공정행위 과징금을 재원으로 하는 불공정거래 피해구제 기금 조성, 장기간·관행화된 담합에 대한 가격 재결정 명령, 독과점 기업의 가격남용 행위에 대한 실효적 규율을 위한 공정거래법상 제도 개선, 법원을 통한 권리구제의 확대를 위한 △소비자 단체소송 활성화 △자료제출명령제(법원이 제조사에 제조물의 결함 등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 확대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개인이나 기업이 거래 상대방의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봤을 때 법원에 중지명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 확대가 추진된다.
그리고 플랫폼-입점업체 간 거래 안정성·투명성 강화를 위한 디지털 시장 입법논의 지원, 석유화학·철강 등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결합 신속·면밀 심사, 빅테크(거대기술기업)·가상자산 등 혁신산업 기업결합에 대해 그 특성을 고려한 적극적 심사 방침 등을 표명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정책에서는 부당 내부거래 등에 대한 제재 기준 정비, 사익 편취 규제 대상 지분율 판단 시 자사주 제외, 지주회사 체제 내 중복 상장 유인 축소, 기업집단포털 및 공시제도 개선 등이 추진된다.
소비자 분야에서는 △플랫폼 책임 강화 △규율 대상 거래 확대 △제재 기준 정비 등 이용 소비자의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 정비가 예상된다.
끝으로 사건 처리의 신속화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경인사무소 신설을 포함한 인력과 조직을 대폭 확충(167명)하기로 했다. 또한 범정부적으로 추진 중인 경제형벌 정비와 연계하여 형벌 폐지로 법 위반 억지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과징금 부과 한도를 대폭 상향하거나 과징금을 신규 도입하는 등의 개선이 추진된다.
2026년 공정거래정책 추진계획을 보면 기존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부분도 있지만, 논란 끝에 추진되지 못했던 정책과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정책 등이 망라되어 있다. 하나하나가 시장에 큰 파급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이들 입법사항의 국회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공정위로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한 합리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수범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입법동향이나 중점 조사분야에 대한 적극적 모니터링,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신동권 법무법인 바른 고문(전 공정거래조정원장) dongkweon.shin@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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