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망치로 세게 맞은 것 같았어요. 순간 숨도 잘 안 쉬어졌고요.”
25일 새벽,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50대 직장인 A씨는 부축을 받으며 겨우 문을 넘었다. 평소 두통과는 차원이 달랐다. 통증은 갑작스러웠고, 속이 뒤집히는 듯한 구토가 이어졌다. 검사 결과는 ‘뇌동맥류 파열’. 의료진은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했다”고 했다.
의료진들은 “뇌동맥류는 평소엔 조용하지만, 한 번 터지면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숫자가 먼저 경고했다…15년 새 환자 8배
뇌동맥류는 더 이상 드문 병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뇌동맥류 환자 수는 2007년 약 1만2000명 수준에서 2022년에는 약 9만7000명으로 급증했다. 15년 만에 8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매년 약 5000명 안팎의 환자가 ‘파열’ 상태로 치료를 받는다. 문제는 치명률이다. 파열된 뇌동맥류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목숨을 잃고, 살아남더라도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증상은 없다…‘이상한 두통’이 첫 신호
뇌동맥류는 머릿속 혈관이 국소적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은 아무 증상 없이 지낸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하지만 파열 순간은 분명하다.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신호는 △살면서 경험해본 적 없는 극심한 두통 △갑작스러운 구토, 뒷목이 뻣뻣해지는 느낌 △눈앞이 흐려지거나 의식이 멀어지는 증상 등이다.
한 신경외과 교수는 “평소 두통과 헷갈려 진통제로 버티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왜 생길까…흡연·고혈압·가족력의 ‘조합’
뇌동맥류는 주로 40~70대에서 발견된다. 크기는 몇 mm부터 2cm가 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명확한 단일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혈류 압력으로 혈관 벽이 약해지며 생긴다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험을 키우는 요인은 비교적 분명하다.
흡연, 고혈압, 혈관 염증, 과거 외상, 특정 뇌혈관 질환이 대표적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약 4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통을 가볍게 보지 마세요”
전문의들은 고위험군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검진을 권한다. “가족력, 흡연, 고혈압이 겹친다면 한 번쯤은 뇌 검사를 받아보는 게 지나친 걱정은 아니다”라는 게 현장의 공통된 조언이다.
환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설마 했어요.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죠.” 뇌동맥류는 조용히 숨어 있다가, 가장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한 의료진은 “두통이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이 들면, 그 자체로 이미 신호”라며 “참아보겠다는 판단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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