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전면적 접근권’(total access) 개념을 꺼내들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유럽 국가들이 반대하는 그린란드 매입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그린란드에서 사실상의 독점적 접근권을 확보하며 실리를 최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트럼프, “그린란드 전면적 접근권 확보할 것”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전면적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적 접근권에 대해 “그것에는 끝이 없고, 시간제한도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영구적·전면적 접근권’을 얻는데 어떤 대가를 치르느냐는 질문에는 “아무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전면적 접근권’의 의미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영토 주권 이전 없이 골든돔 등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군사력과 관련 시설을 배치할 수 있는 사실상의 ‘준(準) 주권적 권리’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사무총장과 협의를 통해 그린란드에 파병했던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도 밝혔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 간의 갈등은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서며 실질적인 협상이 본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지정학적 요충지로 강조해 온 그린란드에 골든돔을 배치하는 구상이 급진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린란드에 접근권을 가질 때 그것(골든돔)은 훨씬 더 잘 작동한다. 더 넓은 영역을 더 정확하게 덮게 된다”며 “우리는 아무런 비용 없이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돔은 이스라엘의 방공체계인 아이언돔과 유사한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시스템이다. 중국·러시아 등으로부터 미 전역을 방어하기 위해 400∼1000기의 관측·추적용 인공위성과 200기의 공격용 인공위성을 띄우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돔을 완성하기 위해 그린란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유럽 역시 미국의 이 같은 방향에 일단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은 이번 협상이 그린란드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결코 발판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안보, 투자, 경제를 등 모든 걸 정치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며 주권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는 그동안 그린란드를 미국에 매각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린란드 내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는 것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951년 미국과 체결한 그린란드 방위협정을 근거로 미국이 그린란드에 군사 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고 미군 병력과 장비를 대거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의 희토류 등 풍부한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권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그린란드 합의에 포함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여전하다”
다만 그린란드 내부에선 여전히 미국의 주장에 반발하는 기류가 읽힌다. 앞서 그린란드 출신인 아야 켐니츠 덴마크 국회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토는 그린란드를 제외하고 어떤 협상도 할 권리가 없다”며 “나토가 우리나라와 우리 광물에 대해 발언권을 갖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뤼터 총장과 한 합의의 내용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뤼터 총장이 마련했다는 “향후 합의를 위한 틀”은 구두로 논의됐을 뿐이며 내용을 공식화한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재원들의 설명을 전했다. 1951년에 덴마크가 미국과 체결했던 ‘그린란드 방위 협정’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추가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으며, 여기에는 그린란드에 대한 투자에 러시아와 중국이 일절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린란드에서 나토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점 정도만 확실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아직은 합의가 불확실하다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대서양 관계에 긴장을 일으킨 며칠간의 대혼란이 가까운 장래에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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