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이 직장인들의 고용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단순히 업무 편의를 높이는 도구를 넘어 일자리 자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수치로 드러났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은 AI 확산이 노동시장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부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1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9%가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부의 쏠림 현상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이익이 자본을 가진 기업에 집중되는 반면 노동자는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세대별 조사에서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20대가 오히려 높은 위기감을 보였다. 20대 응답자의 58.1%가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을 인정해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어 30대(49.1%)와 40대(47.3%) 순이었다. 사회 초년생이거나 실무 비중이 높은 젊은 층일수록 자신의 업무가 AI로 전환되기 쉽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체 시기 역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응답자의 36.3%는 3~5년 안에 AI가 인간의 직무를 대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5년 이상을 내다본 비율은 41.1%였다. 대다수 직장인이 향후 10년 이내에 업무 현장에서 AI와 직접적인 고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고용 불안은 정책적 대안 마련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응답자의 83.3%는 기술 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AI 도입으로 이윤을 얻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해 공공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AI 세금’ 도입에는 70.0%가 찬성 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직장갑질119 이진아 노무사는 “AI와 자동화 기술이 일자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예측하고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한편 어떤 직업군이 AI의 파고에 가장 먼저 노출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등 주요 경제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AI의 직무 침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분석과 표준화된 업무 비중이 높은 의사, 변리사, 변호사, 회계사 등이 대표적이다. AI의 대량 정보 처리 능력이 인간의 분석력을 앞서기 시작하면서 전문직의 영역 상당 부분이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화학공학 기술자나 발전 장치 조작원 등 고도의 기술적 판단이 필요한 직무도 AI 노출 지수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
반면 대면 접촉과 감정 교류가 필수적인 직종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영역으로 분류된다. 음식 서비스 종사자, 가사 도우미, 청소원 등 육체적 활동 기반의 직무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예술가나 대면 돌봄 서비스처럼 인간 고유의 공감 능력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AI가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고 임금이 많은 일자리일수록 AI에 의한 대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역설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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