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학생, 트라우마 없애는 데 최선
아픔 공감·이해… 학부모들과도 소통
아이 성향 따라 대응법 달라져 ‘열공’
“저희도 아이를 키워봤으니까요. 학부모들 얘기를 들으며 공감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될 때가 많습니다.”
관계회복 숙려제를 통해 학교폭력 사안이 조정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조정가의 역할이다. 지난 4일 서울 북부교육지원청에서 만난 김지영(56)·성나리(49) 조정가는 “‘엄마의 마음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교폭력 문제에선 잔뼈가 굵은 ‘자타공인’ 전문가다. 두 명 모두 수년간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의 교내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 활동했고, 2023년부턴 북부교육지원청의 학부모 조정가로 활동 중이다. 김 조정가는 2021∼2023년 북부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도 활동했다.
조정가들은 피해·가해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소리’를 듣고, 갈등을 풀어낸다. 학부모들과의 소통도 이들 몫이다. 많은 부모는 자녀가 학교폭력에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받는데, ‘선배 엄마’ 입장에서 따뜻한 말을 건네다 보면 어느새 격앙됐던 학부모들의 감정도 가라앉는다. 김 조정가는 “먼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 엄마들이 느끼는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며 “마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매뉴얼로도 만들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정 과정엔 상당한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다. 조정가들은 우선 학생과 학부모들을 모두 일대일로 만나 대화하고, 갈등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가해·피해 학생이 함께 만나는 본모임은 3∼4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10명이 넘는 학생이 연루된 사안을 다루다 보면 진이 빠지는 등 감정과 에너지 소모도 많다. 성 조정가는 “중요한 것은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며 “한명 한명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사안이 잘 해결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부’도 열심히 한다. 만나서 사례를 공유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연구를 하다 보면 6∼7시간이 훌쩍 지난다. 김 조정가는 “오랜 시간 학교폭력 사안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처음 보는 사건이 계속 나온다. 조정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아이의 성향, 마음에 따라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준비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조정가는 “우리의 목표는 학폭위에 가는 사안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피해 학생이 트라우마를 남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며 “조정 전 어두웠던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면 좋다”며 웃었다. 김 조정가도 “학교폭력은 그냥 사건이 아니라 아이들의 힘든 순간이 저한테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사명감 같은 것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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